쌍용차 4일부터 공장가동 중단…현기차도 셧다운 검토
경주·경산 등 중소기업 사태 장기화 땐 생산차질 불가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신종코로나 대응 대중국 수출입 현황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쌍용차가 4일부터 공장가동을 멈추기로 하는 한편 현대·기아차 역시 조업 중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주·경산을 중심으로 한 경북·대구지역 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지역은 외동공단과 용강공단을 중심으로 현대차 울산 공장 등과 관련된 자동차 부품제조업체가 580여 개에 이를 만큼 경주 핵심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자동차의 신경망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이어링 하네스(차내 전기신호와 전력 전달을 위한 배선 뭉치)’가 직격탄을 맞았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용 전선 제품으로 최근 전장화 추세에 따라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자동차 전체를 제어하는 신경망 역할을 하고 있어 이 부품의 공급중단은 사실상 완성차업계의 조업정지와 같은 의미다.

그러나 부피가 크고 종류가 다양해 재고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데다 특별한 기술보다는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국내 업체 대부분이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에 소재한 K사 역시 중국 측 공급업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폐쇄되면서 직격탄을 맞았으며, 국내 다른 와이어링 하네스 제조사 들도 사정이 마찬가지여서 사실상 완성차업계의 조업정지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와이어링 하네스 뿐만 아니라 경주지역 최대 자동차 부품공장 중 하나인 M사 역시 중국 측에서 공급받던 소재 재고가 이번 주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조업 여부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경주지역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이 중국 측 소재 의존도가 높아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자동차용 주요 부품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을 빚자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 주말 주요 라인의 특근을 취소하는 등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으며, 부품 공급 중단에 따른 가중 중단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주·포항지역 일부 업체에 따르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5일부터 12일까지 공장 가동 중단을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 노사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지역은 자동차 부품제조업체가 그리 많지 않지만 일부 회사는 이미 공장가동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일부 회사는 현대·기아차의 조업 중지에 따른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에는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가 있지만 연간 계약에 의해 생산하고 있고, 향후 사태가 진정되면 계약 물량이 공급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자동차 타이어용 와이어 제조사인 K사도 중국산 소재 공급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 아직은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국내·외 완성차 업계가 조업을 중단할 경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배관용 파이프 제조사인 M사와 차량용 스프링 제조사인 S사는 이미 생산에 영향을 받고 있거나 현대·기아차의 결정에 따라 조업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서공단을 비롯한 대구지역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 역시 중국산 소재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상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전기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A사는 “관련 부품을 사전확보하지 못한 데다 당장 부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대구시 등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전기차 보급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며 “지자체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공급 시기를 늦춰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경산소재 자동차 부품제조사인 S산업과 S기업 등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업계도 현대·기아차의 조업정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구상의 관계자는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자동차 부품업계가 먼저 타격을 받게 됐지만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중국으로부터 소재 공급을 받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번 사태가 조기에 종결되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되면 와이어링 하네스뿐 아니라 인건비 등 원가절감을 위해 국내에서 중국으로 생산라인을 옮긴 대다수 부품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업체들이 공급선 다변화 등 위기 관리를 위한 대책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이종욱, 황기환, 박무환, 김윤섭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