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일 없는 집에서
불을 끄고 누웠는데
웃음소리가 났다
창문에서 요란하게 났다
창에 붙은 은행잎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푸른 물이 들도록 웃음을 비벼댄다
바람이 되기 알맞은 웃음이 산발을 한다
지나는 취객이 횡설수설 오줌을 누는지
가로등이 시큼한 냄새로 웃는다
은행 앞에서 냄새 난다고 지랄하며 웃는다
어제 떨어진 웃음도 배꼽이 빠졌다
이 밤은 나무가 웃기에 알맞다



<감상> 화자(話者)는 반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고, 웃음을 잃어버릴 정도로 각박한 처지에 놓여 있을 게다. 아무런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일 게다. 웃음이 증발된 집에서 어둠이 내리면 창문으로 웃음소리가 다 보인다. 귀에 익은 웃음소리가 저렇게 컸는지 다 보인다.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환하게 웃음끼리 노는 장면이 창문을 통해 그려진다. 이런 웃음들은 시큼한 냄새, 휘발성을 띤 냄새를 지니고 있다. 고여 있는 반지하 냄새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은행잎이, 가로등이, 나무가 웃기에 알맞은 풍경이 펼쳐져 있기에 화자도 배꼽이 빠지도록 한번 웃고 싶은 게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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