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武漢)은 중국 후베이성 성도(省都)다. 중국 교통과 물류의 중심도시다. 이 때문에 인구 1100만 명의 중국 7대 도시에 든다. 철도와 도로, 고속도로 뿐 아니라 장강을 통한 물류까지 중국 대륙을 열십자(十)로 연결하는 ‘구성통구(九省通衢)’다. ‘아홉 개 성을 통하는 네거리’라는 뜻이다. 또한 ‘통천하(通天河), 즉 장강을 지배하는 자 천하를 지배한다’는 장강이 우한을 중심으로 중국 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우한을 ‘중국의 시카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한은 3500여 년 전인 하나라와 은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도시다. 우한의 판룽(盤龍)성은 은나라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국시대에는 초나라의 중심이었고, 명나라와 청나라 때는 핵심 군사 요충이었다. 청나라를 일으킨 양무운동과 1900년대 초 무장봉기가 일어난 신해혁명 발원지 이기도 했다.

또한 우한은 1927년 장제스(蔣介石)의 북벌이 성공하면서 중국 국민당 정부가 잠시 천도한 곳이다. 우리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중일전쟁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상하이에서 잠시 우한으로 옮겼다가 충칭으로 이전했다.

우한은 충절의 문학 전통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깨끗한 성품으로 굽힐 줄 몰랐던 초나라 재상 굴원과 어부가 주고 받은 은유적 대화는 유명하다. 어부는 세상과 어울릴 줄 모르는 굴원을 향해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라며 세상의 변화에 따라 더불어 살 것을 권했다. 하지만 굴원은 자신의 고결함을 더럽힐 수 없다며 강에 투신해 죽었다. 장강이 흐르는 우한이 굴원의 고향이다.

이 역사 도시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가 창궐해 지난 1월 23일부터 도시 전역이 봉쇄됐다. 발생 약 2개월 만인 4일 현재 중국 내 사망자가 420명, 확진자도 2만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4일까지 16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다. 세계 각국이 우한발 우환(憂患)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한 공포증 ‘우한 포비아’가 ‘중국 포비아’를 넘어 ‘아시아 포비아’로 이어지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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