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을 대보기도 전에 불길이 먼저
부드러운 혀로 구석구석 꽁치 맛을 본다.
꽁치는 불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위협적으로 입을 벌려 보지만
불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과 입까지 핥는다.
간지러운 듯 지느러미를 가늘게 떨고
배를 조금씩 들썩거릴 뿐
꽁치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붉은 혀에서 침이 흘러나와
꽁치에 번들번들 윤기가 흐른다.
게걸스럽게 끓는 침이 사방으로 튄다.
불길이 다 먹고 남은 꽁치
혓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꽁치를
젓가락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감상> 삶은 불에 의해 옮겨지고 전해지고 농락당하는 꽁치구이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의 사랑이 그러할 것이다. 사랑과 불의와 운명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려 외쳐보지만 불을 끄지는 못할 것이다. 가늘게 떨고 배를 뜰썩일 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불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곧 윤기 흐르는 삶이고, 목숨일 것이다. 불길이 다 먹히도록 온몸을 맡겨 둔 꽁치는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자신의 육신마저 젓가락들에게 맡기는, 곧 자연에게 맡기는 번제(燔祭)일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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