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구, 졸업·입학식 줄줄이 취소·연기…특수 실종·매출도 '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졸업·입학식이 취소되면서 화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5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꽃 백화점에 상인들이 졸업·입학식에 맞춰 들여온 꽃들이 쌓여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힘들다’

5일 대구 북구 칠성동 꽃 도매시장과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 상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여파로 지역 내 학교 졸업식이 취소되고 일부 학교들의 입학식까지 연기되면서 화훼업계 특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칠성동 꽃 도매시장은 사시사철 화사한 생화를 볼 수 있는 대구 대표 꽃 시장이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상인들이 특수를 노리고 준비한 장미꽃은 판매되지 못한 채 걱정거리가 됐고, 한 상인은 가게에 놓인 만개한 꽃들은 모두 폐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기도 했다.

화훼업계에 마지막 특수 장소로 꼽히는 경북대 인근 꽃집에서도 한숨이 나온다. ‘졸업식 꽃다발 제작’이라고 적힌 간판을 가게 앞에 세운 한 플로리스트(Florist)가 졸업식 취소로 준비한 꽃들은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경북대 인근 한 꽃집 사장은 “경북대는 졸업 시즌마다 졸업식이 가장 늦게 치러져 마지막으로 꽃을 파는 상인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이때 좌판을 깔고 소량의 장미를 파는 노점상까지 오는데, 올해 졸업식 취소로 모두가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동구 불로화훼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화환을 비롯해 관엽식물과 난 등을 관상식물을 주로 취급하는 동구 불로화훼단지도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손님이 급격하게 준 것이다.

단지 내 생화를 판매하는 꽃집 등 일부 도소매 상가는 졸업 시즌에 천막을 치고 가게 앞에 꽃들을 전시하는데, 올해는 판매량이 극히 적어 꽃들을 내놓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불로화훼단지 회장 아내 임경희(54·여)씨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 꽃을 생산하는 농민과 배달용역업체, 비료업체, 꽃 포장 업체 등 화훼업계와 연관된 모든 업종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씨는 “졸업 기간이 되면 학부모회나 학교에서 화환을 주문하기도 하는데, 올해는 주문이 거의 없다”며 “대구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없어도 꽃을 생산하는 농민부터 제작·판매, 배달까지 관련된 업체들 모두 힘들어졌다”고 고충을 전했다. 이어 “3월부터 5월까지 봄철이 각종 행사가 많은 성수기인데, 봄은 오려나 싶다”며 “하루빨리 신종 코로나가 끝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고 했다.

5일 오전 포항 남구의 한 고등학교는 신종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교실에서 학생 본인만 참석해 졸업식을 진행했다.

졸업식마다 현장에 나가 꽃을 판매했던 학교 인근 꽃 가게 주인 A씨는 올해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A씨는 “판매액이 평년의 10%도 안 된다. 오늘은 전화 주문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꽃은 생물이라 그 날 팔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장에서는 서로 싸게 판매하려고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매뿐만 아니라 경매가격도 상당히 내려갔다. 원래는 가격이 상당히 높을 시기였는데 지금은 재고까지 생기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 지난 3일에 진행된 경매가를 파악한 결과 졸업식에 주로 쓰이는 장미의 경우 지난해 비슷한 시기보다 평균가가 약 40% 감소했다.

공판장 관계자는 “현재는 화훼농가에서 물량을 조정해 가격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생산 후 출하를 해도 졸업식 등 행사가 축소되며 유통·판매가 위축되고 있다”며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이 마땅히 없어 찾고 있다. 꽃다발 배달을 하거나 남는 졸업식 행사비용으로 졸업생들에게 작은 꽃다발을 선물하게 하는 방법도 건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구미 등 경북지역 화훼업계도 졸업 시즌을 앞두고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로 경기 침체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위축된 꽃 소비에 연이은 악재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로 경북지역 학교들은 야외 졸업식 대신 교실에서 간소하게 졸업식을 대신하고 있다.

또한 가족 등도 학교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예전처럼 졸업식에서 축하 꽃다발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구미에서 꽃집을 경영하고 있는 A 씨는 “예약된 꽃다발 취소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가뜩이나 침체한 경기로 꽃 소비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졸업과 입학 시즌을 앞두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까지 겹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예천지역 화훼업계도 이번 사태로 졸업식이 간소화되고 축하 꽃 매출이 70% 준 것으로 추산했다.

예천 역시 중·고교 졸업식을 일찍 당겨서 했고, 일부 초등학교는 연기를 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와 경기 위축 등으로 졸업식 꽃 판매가 예년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곳 또한 학부모들이 자녀 학교를 덜 찾아가는 만큼 꽃 구매도 줄고 졸업식 문화 바뀌고 있다고 했다.

전재용·박용기 기자, 이새별 수습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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