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정치권도 비판 가세…추미애 법무부 장관 "내가 책임지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울산시장선거 공작’ 사건으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의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의 공소장 제출을 요청했지만 추 장관이 법무부 간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공소장 공개 거부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알 권리’와 ‘공개재판 원칙’을 침해한 행태로 위헌과 불법혐의까지 거론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공소장 공개를 결정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문재인 정권과 추 장관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참여정부에서 공소장을 공개하게 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는데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국민에게 준 그 권리를 다시 빼앗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깨어있는 시민’의 참여로만 가능하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그 ‘깨어있는 시민’을 두려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개를 거부한 공소장은 다가올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특정정당을 지지할지, 혹은 심판할지 결정하는 데에 꼭 필요한 정보”라며 “그래서 저렇게 기를 쓰고 정권에서 공개를 막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이 법무부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며 범죄 집단 13명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며 “노무현 정부의 업적을 문재인·추미애가 뒤엎어서 결과적으로 노무현을 배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그러면서 “유독 송철호 공소장부터 이렇게 기를 쓰고 감추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소장에 송철호 시장의 30년 지기라는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포함되어 있는지, 공소장을 공개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추 장관 본인과 관련된 범죄혐의가 새롭게 밝혀지게 것이 두려워 그런 건지 분명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의원도 이날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노무현 정부가 공소장 공개를 결정한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추미애 장관 논리라면 처음 공소장 제출 실시한 노 전 대통령은 불공정 재판과 인권침해를 위해 이런 지시 내렸다는 것이 된다”면서 “추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했던 것에 이어 노 대통령 두 번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공소장 공개를 막는 것은 선거개입 의혹이 사실이라고 고백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까지 훼손하는 정치세력은 한마디로 가짜 민주화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법무부는 전날 자료 제출을 요구한 국회의원 측에 “전문을 제출할 경우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과 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공개 거부입장을 밝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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