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권영세 안동시장이 안동부 신목제사를 지내고 있는 모습.
예로부터 정월대보름이면 마을마다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동제(洞祭)를 지냈다. 제주(祭主)는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이 맡고, 소수의 인원만 당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안동에서도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역의 이야기와 전통이 깃든 동제가 진행된다.

7일 자정(8일 첫 새벽)에는 권영세 안동시장이 웅부공원에 있는 신목 앞에서 ‘안동부(安東府) 신목(神木) 제사(祭祀)’를 지낸다.

신목제사는 예로부터 안동에만 내려오는 특이한 의전(儀典)행사로 안동부사나 군수가 부임하거나 퇴임할 때 신목에 지내는 당제를 말한다. 안동부의 당제는 조선조 초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때 이후 매년 정월대보름 첫 시에 고을의 책임자가 지내온 전통 풍습이다.

고려 공민왕과 그 가족을 신격화한 동제도 이어진다.

하회마을에서는 상당·중당·하당 3곳에서 동제를 지낸다.

정월대보름 이른 아침 화산(花山) 중턱에 자리한 서낭당에서 첫 번째 동제를 진행한다. 서낭당에는 무진생(戊辰生) 의성 김씨 처녀가 모셔져 있다고 전해진다. 하회탈 제작 설화로 내려오는 허 도령 전설에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다 죽은 처녀가 바로 지금의 서낭신이라고 한다.

두 번째 동제는 화산 끝자락에 있는 국신당에서 지낸다. 국신당에는 공민왕을 모신다고 여기는 주민들이 많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삼신당이 마지막 동제 장소다.

당집의 형태는 갖추고 있지 않으며, 수령이 600년가량 된 느티나무를 삼신당으로 모시고 있다.

하회마을에 온 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서 소원지를 써 금줄로 쳐놓은 새끼줄에 매단다.

녹전면 사신리에서는 사신리 느티나무 당산제(堂山祭)를 지낸다. 사신리 느티나무는 천연기념물 제275호로 수령이 600년이 넘는 마을의 신목이다.

문화재청의 전국 주요 천연기념물 민속행사 예산 지원 계획에 따라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7일 도산면 가송리 딸당과 용상동 공민왕당 △8일 도산면 내살미 왕모당, 예안면 정자골 며느리당, 예안면 구티미 딸당에서 각각 동제를 지낸다.

풍산읍 수리에도 공민왕을 추모하는 국신당이 있으나, 올해는 동제를 지내지 않는다.

안동시 관계자는 “홍건적의 난으로 안동으로 몽진한 공민왕은 70일 동안 머물렀으며, 그동안 안동은 고려의 임시수도 역할을 했다”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안동에는 공민왕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전하고 있으며, 동제를 통해 신격화된 신앙으로 전승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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