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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트레킹] 1. 낙동강 세평 하늘길
[힐링&트레킹] 1. 낙동강 세평 하늘길
  •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 승인 2020년 02월 06일 21시 4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07일 금요일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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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결따라 하늘길 자연 속으로 유유자적 걸어볼까
글·사진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두개의 봉우리가 연인처럼 마주하는 연인봉.

‘힐링&트레킹’이라는 명제로 그간 수년째 이어오는 걸으면서 서로를 알고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몇몇 지인, 후배들과 함께 국내뿐 아니라 해외 트레킹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힐링하는 모임에서 경자년 새해 첫 트레킹을 가졌다.

지난 1월 19일, 겨울이라 대상지를 정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지만 겨울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경북 봉화 분천역에 있는 산타마을로 이른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향했다. 올겨울은 이상하리만치 춥지 않아 걷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포항에서 3시간 반 정도 달려 분천역에 9시쯤 도착했다.

낙동강 세평하늘길을 걷다 만나는 전망대에서 재미난 조형물과 함께한 일행들.

분천역 앞 산타마을에는 몇 년 전부터 조성된 갖가지 조형물과 볼거리, 먹거리가 많지만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보기로 하고 서둘러 기차에 오른다. 당초 계획은 10시 20분에 출발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분천-양원-승부-철암간 27.7㎞)인 관광열차를 타고 태백준령 비경과 청정협곡을 천천히 들러 볼 생각이었으나 V-train 관광전용열차(3량, 150석)는 이미 예약이 끝나 9시 33분 분천역을 출발하는 강릉행 무궁화호 일반열차를 타고 승부역까지 14분 짧은 시간 동안 짙푸른 숲 속 협곡 사이로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의 힘찬 흐름을 보며 기차여행을 즐겼다. 생각보다 차내가 깨끗하고 밝은 분위기라 모두 좋아한다. 비록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오랜만에 단체로 기차여행을 즐긴다는 생각에 마냥 재미 있어 한다.

차창 풍광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승부역에 내려 본격적인 걷기에 들어간다.

낙동정맥 트레일의 시작점을 알리는 표지판.

‘낙동정맥 트레일 봉화 제2구간’이 시작되는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12.1㎞가 오늘의 트레킹 코스다. 낙동정맥은 옛 산경표(山經表)에 의해 우리나라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구분하는 13정맥(正脈)중 하나로 태백산 줄기에 있는 구봉산(九峰山)에서 부산 다대포 몰운대(沒雲臺)에 이르는 산줄기를 말하며 ‘낙동정맥 트레일’(trail·산줄기나 산자락을 따라 조성하여 시점과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 길)은 경북 봉화에서 청도까지 10개 시. 군의 특색 있는 자연과 테마를 연결한 총 594㎞의 자연친화적 숲길을 뜻한다.

낙동강 세평하늘길 안내 표지판.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낙동정맥 트레일 봉화 2구간은 9.9㎞ 코스지만 우리 일행은 이 구간 중 승부역에서 갈라져 나가는 ‘낙동강 세평하늘길’(12.1㎞)을 걷는다. ‘승부(承富)’라는 지명이 일컫듯 이곳은 석탄 산업이 흥하던 시절 물동량과 오가는 사람이 많아 산간오지였지만 살림살이가 제법 나은 마을이었고 예로부터 부자들이 많았다 하여 ‘부(富)를 이어(承)가는 동네’라 불려졌다고 한다. 플렛폼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글귀가 눈길을 끈다.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니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낙동정맥 트레일과 낙동강 세평하늘길 안내표지판.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간오지에서 바라본 하늘이 더 작아 보이는 것을 멋지게 표현한 글로 승부역 역무원으로 있던 분이 쓴 내용이라고 한다. 낙동강 발원지인 태백 황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곳의 비경을 담은 ‘낙동강 세평하늘길’의 시작점이 바로 승부역임을 알 수 있다. 철길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 줄기를 따라 ‘낙동정맥 트레일’이 시작된다. 얼마가지 않아 ‘낙동정맥 트레일’과 ‘낙동강 세평하늘길’ 갈림길이 나오고 세평하늘길 ‘12선경(仙境)’의 제1경인 용관바위가 보이는 쪽으로 강을 따라 길이 나 있다.

낙동강 너른 강물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평화로워 보인다.

낙동강을 따라 분천역까지 가는 비경길에 있는 열두 선경이 차례로 이어지는 하늘길 자연 속으로 은빛 물결과 함께 신선이 노니는 듯 유유자적 하며 걷는다. ‘낙동정맥 트레일’로 가면 배바위산의 높은 재를 넘어야 하고 한참을 가파른 오름이라 더러 위험구간이 있지만 낙동강 비경길은 훨씬 낭만적이고 여유로움이 있는 부드러운 길이라 걷기 편하고 비경에 눈 호강을 시킬 수 있어 좋다.

맑은 물소리와 몇 차례 굽이쳐 흐르는 강을 돌아 거북을 닮은 구암(龜巖)과 봉긋하게 솟아오른 두 개의 봉우리가 연인처럼 마주한 연인봉(戀人峰)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철길과 다시 만나 나란히 걷기도 한다.

하얀 기관차가 붉은 관광열차를 달고 천천히 낙동강과 협곡을 따라 달리며 우리를 부른다. 하얗게 칠한 기관차는 백호(白虎)를 뜻하고 붉게 칠한 객차는 짙푸른 산천을 황홀하게 장식하는 진달래의 고운 자태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 그림처럼 달리는 관광열차가 더욱 운치를 더해 준다.

양지바른 길가에 퍼질러 앉아 가져온 간식들로 허기를 달래며 강물과 산 그림자의 속삭임에 넋을 잃은 일행들을 재촉하여 다시 길을 나선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즐거워하는 일행들.

데크로 된 계단을 올라 출렁다리를 건너며 아이들 마냥 좋아하는 동심(?)에 찬 어른들이 행복해 보이는 시간들이다.

햇볕에 반짝이는 물결이 비단처럼 빛나고 머리 들어 하늘 보니 하늘길에 철길이 나 있다. 낙동강 비경길이 이어져 흐르며 ‘세평하늘길’의 중간지점인 양원역에 닿았다. ‘양원(兩院)’이란 이름이 ‘원곡’이라는 마을이 봉화군과 울진군으로 나뉘며 함께 거주하던 오지마을 주민들의 청원을 들어 1988년 최초의 민간역사가 세워지면서 ‘양원’이란 역사(驛舍)의 명칭이 생겨난 간이역에는 관광열차가 잠깐 정차하여 마을주민들이 내놓은 옥수수나 산나물 등을 사고파는 재미가 쏠쏠하여 이름값을 하곤 한다.

양원역에서 비동마을까지 2.2㎞ 트레일의 이름이 특이해 관심거리다.

‘체르마트길’이라 붙여진 이 길은 차가 들어 올 수 없는 이곳에 철길 이외는 유일한 도보길이라 오지산간마을의 정취를 더욱 물씬 풍기는 길로 스위스 최고의 산간 휴양지인 ‘체르마트’를 닮았다는 뜻도 있으며 더욱이 봉화 ‘분천역’과 스위스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을 맺은 기념으로 이 길을 ‘체르마트길’이라고 명명하였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양원(兩院)’이 세평하늘길 12선경 중 일곱 번째 선경이라 설명한 안내판에 쓰인 “스스로 낮추는 겸손을 생각해보심이 어떠신지요”라는 문구가 길손들의 가슴에 청정 산간 오지마을 사람들의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제8선경인 암징대(暗澄臺)(밝음(明)과 어듬(暗)이 둘이 아님을 헤아려 보듬어야 한다는 뜻을 지닌 곳)를 지나 강을 따라 철길 밑으로 난 길을 건너 가파른 계단 길을 올랐다 내려서면 철교가 나오고 철교를 따라 건너면 ‘마음이 살찌는 마을’이라는 뜻의 ‘비동(肥洞)마을’에 닿았다.

역사(驛舍)도 없는 역에 ‘비동’을 알리는 하얀 표지판만 덩그렇게 혼자 외롭게 서 있다. 철길을 지나 ‘달의 정원’이라 이름 지은 열 번째 선경인 ‘월원(月圓)’을 설명한 문구에 ‘달바보(월치·月癡)’가 사랑한 네 가지 달(연월-戀月, 소월-笑月, 누월-漏月, 고월-孤月)’에 대한 얘기가 정말 시적(詩的) 스토리텔링 같아 봉화의 멋이 더욱 풍요롭기만 하다. 비동마을 앞을 지나는 너른 강폭에 잠긴 산 그림자가 잔잔한 미소로 길손을 반긴다.

‘상락(上洛·옛 상주의 지명)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 하여 이름 한 ‘낙동강’은 태백에서 부산까지 총 길이 525㎞로 그 중 봉화군을 흐르는 86.8㎞ 구간에는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더해져 비경을 만들고 있어 탐방객들에게 더 없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다시 만난 ‘낙동정맥트레일’과 분천역까지 2.3㎞ 포장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버스가 들어올 수 있을법한데 마을사람들의 청정지역보존을 위해 들여보내지 않는다는 얘기에 군소리 없이 포장길을 걸어도 마냥 기분이 상쾌하다.

승부역 구내에 있는 바위에 새겨진 글귀.

승부역을 출발하여 분천역까지 12.1㎞ ‘낙동강 세평하늘길’ 자연 속에서 은빛 물결과 협주하는 물소리와 짙은 솔가지를 흔들고 지나가는 산바람과 티 없이 밝은 얼굴들을 마주하며 웃고 떠들던 선계(仙界)를 벗어나 산타마을의 황홀경으로 또 다른 세상에 눈을 번득이며 둘러본다. 분천으로 되돌아왔다.

분천역에 있는 관관열차 조형물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는 알파카의 생소한 눈망울, 산타클로스의 하얀 수염, 순록이 끄는 썰매며 풍차가 있는 풍경까지 온통 겨울왕국에 온 것 같다.

‘낙동강 세평하늘길’ 트레킹의 종지부를 산타마을 ‘조고집식당’의 뜨끈한 선짓국으로 속을 채우고 간간이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분천역을 떠난다.

2020년 새해 ‘걸어서 자연 속으로’ 첫 번째 트레킹을 무사히 마쳤다.

함께해 준 일행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이글에 담아 보낸다. 글·사진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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