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남부권본부장
황기환 동남부권본부장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전이 본격 전개되면서 경주지역의 선거판도 요동치고 있다.

민심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 예비후보들이 군소정당을 포함해 11명이나 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경제회복과 관광문화발전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 최대현안 가운데 하나인 월성원전 맥스터 추가건설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는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일부 후보들끼리 서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 포화에 따른 대책이나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맥스터 포화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피해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아니면 탈원전 정책에 따라 너무 예민한 문제로 인식하면서 의도적으로 외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맥스터 증설의 ‘골든 타임’이 다가오면서 지역 주민들도 맥스터 추가 건설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하물며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할 뿐이다. 경제회복을 통한 지역 발전을 외치는 후보들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월성원자력본부 내에는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핵연료를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인 캐니스터와 맥스터가 있다.

두 시설의 저장률은 지난 연말 현재 96.5%로, 2021년 11월이면 포화가 예상된다.

건식저장시설을 추가하지 않으면 현재 운영 중인 월성원전 2~4호기의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태다.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되기 전에 맥스터 7기를 증설하기 위해 지난 2016년 4월 원안위에 운영변경 인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원안위는 ‘세월아 네월아’하고 심사를 미적대다 3년 8개월 만인 지난달 운영변경허가를 승인했다.

그러나 겨우 원안위 심사를 통과한 맥스터 증설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맥스터가 실제로 착공되기 위해서는 지난해 5월 출범한 재검토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지역에서는 재검토위원회 출범 이후 지역 의견수렴 실행과 결과를 제출하는 기능을 가진 월성지역실행기구도 구성됐다.

하지만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재검토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월성원전 맥스터 추가 시설 착공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최소 공기인 19개월을 감안해 늦어도 올 4월 이전에는 증설 공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건식저장시설 포화로 월성 2~4호기가 일제히 가동을 중단할 경우 지역민들이 입을 엄청난 경제적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각종 지원세와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자 인근 주민들은 공론화를 조속히 진행해 줄 것을 요구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하루빨리 맥스터 착공을 서둘러야 하는 한수원도 속이 타들어 가기는 마찬가지다.

급기야 한수원 정재훈 사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맥스터 7기 증설은 현재 사용 중인 시설의 추가 설치 문제로, 이미 기본적인 인허가가 완료된 잔여 부지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까지 났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맥스터 증설문제가 지역 최대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역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총선 예비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멋진 공약(?) 리스트엔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시급한 현안에 대한 관심이 사탕발림의 몇몇 공약보다 백배, 천배 호소력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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