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가현(滋賀縣) 오오츠시는 일본 최대 호수 비화코(琵琶湖)의 남쪽 끝에 있는 큰 도시다. 7세기 한 때 수도이기도 했다.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에서 고속철을 타면 10여 분 만에 갈 수 있다. 비와코를 둘러싼 도시들에는 고대 신라와 관련한 신사 두 곳이 있다.

오오츠시의 절 ‘온조지(園城寺·다른 이름 미이데라·三井寺)’ 옆에는 ‘신라젠진도(新羅善神堂)’라는 신당이 있다. 일본에서는 신라를 ‘시라기’로 발음하기도 하지만 ‘신라’라고 그대로 발음하기도 한다. 신당에는 “신라명신은 산(山) 모양의 관을 쓰고 갈색 도포를 입었으며 흰 수염을 기른 모습이다. 이 분이 일본 개국신인 스사노오미코토(素戔烏尊)다”라는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

비와코의 북단 고을 여고(餘吳)에는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에레히코진자(鉛練比古神社)가 있다. 이 신사의 고대 이름은 ‘시라기묘진진자(白木明神神社)’다. ‘시라기’는 ‘신라’의 일본 고대식 발음이다. 이영희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는 이 신사가 신라에서 건너간 연오랑(延烏郞), 천일창(天日槍·1세기경 일본에 건너갔다고 전해지는 신라계 인물)을 받드는 신사라 한다.

‘신라’라는 이름이 ‘기적의 항암치료제 개발’이라며 투자자들을 끌어 들였다가 실패로 드러나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낸 ‘신라젠 사건’에 등장한다. 신라젠은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불거진 바이오업체다. ‘신라젠’의 ‘신라’는 헌강왕 때 역신을 물리친 것으로 알려진 처용이 활동한 신라에서, ‘젠’은 1796년 천연두 예방법을 발명한 영국 외과의사 ‘제너’의 이름에서 따 왔다고 한다. 일본 신사의 이름에서 만난 신라와는 또 다른 당황스러움이다. ‘신라가 거기서 왜 나와’하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신라젠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검사 4명을 파견했다. 서울중앙지검이 3차장 산하 검사 2명, 1차장 산하 검사 1명 등 3명을 금융 범죄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에 파견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도 검사 1명을 남부지검에 지원했다. 처용이 역신을 물리치듯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신라젠 사건’의 공모자들이 명백하게 밝혀져 죄과를 받아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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