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 불출마 선언 보수 진영 ‘딜레마’ 해소 평가

4·15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보수진영 통합의 최대 구심점인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의 수장들이 각각 기득권을 내려 놓는 행보를 펼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보수 대통합 논의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7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고심 끝에 ‘종로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9일 ‘불출마’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양측이 물밑 대화를 이어오면서도 통합의 방식과 범위는 물론 통합 여부조차 불투명하던 상황에서 유 의원은 이날 ‘신설 합당’ 추진을 공식화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수가 힘을 합치고 다시 태어나 총선과 대선에서 권력을 교체하고, 대한민국을 망국의 위기로부터 구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며 한국당과 합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합치는 방식은 ‘큰집’(한국당)이 ‘작은집’(새보수당) 식구들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함께 ‘새 집’(신당)을 짓고 들어가는 ‘신설 합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혁 보수를 향한 저의 진심을 남기기 위해 전 오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보수가 힘을 합쳐 개혁 보수로 나아가는 데 제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개혁 보수’의 가치를 앞세웠다.

그는 특히, ‘보수 재건 3원칙’에 포함되는 개혁 보수와 신설 합당 외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유 의원의 제안은 그의 불출마 결단에 바탕을 둔 만큼, 정치적으로 상당한 추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을 비롯한 통합 참여 세력은 유 의원의 이날 발표를 높게 평가하면서 통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반겼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자신이 출마를 선언한 종로의 ‘젊음의 거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해 어려운, 귀한 결단을 했다”며 “이런 것 하나하나를 모아 모멘텀 삼아 문재인 정권과 싸워 이기는 자유우파가 되도록 단합·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황 대표의 종로 출마와 유 의원의 불출마로 보수 진영이 ‘총선 승리의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두 분의 결단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세력과 싸움의 선봉에 유 의원이 합류함으로써 우리는 큰 장수를 얻었다”고 적었다.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이언주 대표는 유 의원의 불출마가 자신을 둘러싼 보수 진영의 ‘딜레마’를 스스로 해소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보수 대통합이 절실한 한편 유승민 등에 대한 내부 비토가 극심한 상황에서, 새보수당이 합류를 안 해도, 합류하고 유 의원이 출마를 고집해도 보수는 분열되는 상황이었다”며 “유 의원의 불출마만이 그런 딜레마적 상황을 해소할 유일한 방안이었다”고 적었다.

관건은 유 의원이 제안한 신설 합당에 대해 한국당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 그리고 그가 주문한 ‘개혁 공천’이 어떻게 구현되느냐다.

당장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추진하는 ‘대폭 물갈이’와 ‘중진 차출론’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이날 경남 밀양을 방문해 홍준표 전 대표의 서울 지역 출마를 거듭 설득했다.

마침표는 황 대표와 유 의원의 만남이다. 두 정치인이 만나 손을 맞잡는 장면이 보수진영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과의 만남에 대한 질문에 “논의가 있을 것”, “연락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보수당은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이날 유 의원의 전격적인 발표 직후 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은 의원회관에 모여 향후 대응방향을 모색했다.

유의동 책임대표는 기자들에게 “많은 이야기, 많은 고민을 해야 해서 당장 입장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 ‘통합론자’인 정병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혁 보수의 가치를 지키라는 것은 국민의 뜻이었고, 소중하게 지켜온 개혁 보수의 가치를 바탕으로 보수 통합을 이루라는 것도 국민의 뜻”이라며 “그리고 통합된 보수의 힘으로 폭주하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라는 것은 국민의 뜻이자 시대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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