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보편적 주제·예측불가 전개로 세계인 재미와 공감 얻어
봉준호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 다뤄…모든 주인공이 그레이 존에"

봉준호 감독(가운데)과 배우 이정은(왼쪽), 송강호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77회 연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제를 휩쓴 ‘기생충’은 한국적이면서도 인류 보편적인 영화다. 한국만의 독특한 주택 구조인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저택에 사는 부잣집 가족을 통해 보편적인 문제인 빈부격차와 계급갈등, 인간의 존엄성 등을 되짚는다.

봉 감독은 ‘기생충’을 계단 영화라고 설명한다. 그는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가파른 계단이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려 했던 가난한 남자가 오히려 계단을 내려가면서 끝나는 이야기다. 그것이 우리 시대가 담고 있는 슬픈 모습”이라고 말했다.

‘기생충’은 모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 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면서 사실 살면서 서로 만날 일이 없을 법한 여러 가족이 얽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거부한다. 등장인물들을 모두 ‘회색지대’에 올려놓음으로써 기존에 비슷한 주제 의식을 지닌 영화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악인도, 선인도 뚜렷하지 않다. 가난한 집 기택네 가족들은 부잣집 박 사장네로 ‘침투’하려 갖은 거짓말을 일삼는다. 박 사장네도 때로 모멸감을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악인은 아니다.

봉 감독은 “모든 주인공이 ‘그레이존’(grey zone)에 있다. 가난한 가족은 나쁜 짓을 저지르는데, 약간 귀엽기도 하고 부잣집 사람들은 얌체 같지만 나이스한 사람들”이라며 “빌런이나 히어로가 명확하면 이야기 방향이 점점 명확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레이존에 있기에 이야기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흥미진진한 전개와 탄탄하게 구축한 캐릭터, 주제를 뚜렷하게 상징하는 가파른 계단 같은 뛰어난 미장센이 어우러진 덕에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된 것이다.

봉 감독은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관한 영화”라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 지키느냐에 따라 영화 제목처럼 기생이냐, 좋은 의미의 공생이냐로 갈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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