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봉상균 교수,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학교) 미술과 창설
'살인의 추억'·'괴물'로 대중에 각인…'설국열차'로 할리우드 진출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봉준호 감독의 외할아버지 소설가 박태원(왼쪽)씨, 아래 아버지 봉상균 씨.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봉준호 감독의 외할아버지 소설가 박태원(왼쪽)씨, 아래 아버지 봉상균 씨.

10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위축된 대한민국을 축제로 바꾼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한국 대표 감독 중 1명인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무려 4개나 들어 올렸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봉 감독이었다.

봉 감독의 기생충은 최고 영애인 최고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건 물론 수상까지 성공한 것은 국내 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최고 권위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십개의 상을 휩쓴 뒤 영화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할리우드까지 극찬을 받았다.

대구에서 태어난 봉 감독은 예술가 집안으로 어려서부터 예술적 소양을 기를 있었다.

봉 감독의 아버지는 고 봉상균 씨로 국내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봉상균 씨는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미술실장으로 근무했다.

무대미술과 영화 자막 서체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등 초창기 영화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 봉 감독이 태어날 당시 봉상균 씨는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생활미술학과를 창설했으며 영남대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를 지냈다.

대구에서 교수생활을 할 당시 대구상공회의소 자문위원을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구보 박태원 작가다.

1930~40년대의 대표 작가였으며 이태준, 이효석, 이무영 등과 9인회 동인으로 활동했다.

봉 감독의 형인 봉준수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며 누나 봉지희는 패션 디자이너로 연성대 패션스타일리스트과 교수 등으로 활동하는 등 집안 모두가 예술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봉 감독은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났으며 대명동에서 생활했다.

대구 봉덕초를 다녔으며 서울로 이사 간 뒤 서울 잠실고와 연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한국영화아카데미를 통해 영화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4년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들’과 ‘지리멸렬’로 밴쿠버와 홍콩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만만치 않는 실력을 선보였다.

첫 장편인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에는 쓴맛을 봤지만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은 바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살인의 추억’.

지난해 진범이 잡히면서 다시한번 주목받았으며 당시 호흡을 맞춘 송강호는 기생충까지 4작품을 함께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살인의 추억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특유의 유머와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풍자로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가 스크린을 쏘아보며 진범을 향해 남긴 ‘밥은 먹고 다니냐’는 두고두고 명대사로 꼽힌다.

살인의 추억에 이어 ‘괴물’은 봉 감독을 ‘천만 감독’으로 등극시켰다.

한국식 블록버스터로 평가받았으며 살인의 추억보다 더욱 발전한 봉 감독의 연출을 선보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마블스튜디어의 대표 슈퍼히어로 캡틴 아메리카 역으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출연한 ‘설국열차’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수백억 원이 투입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까지 선보이며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도전도 이어갔다.

블록버스터에 집중하는 듯 했던 봉 감독은 국내에서 규모가 다소 작지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영화에 집중했고 마침내 기생충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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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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