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기자

12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정치권이 쏟아낸 말들을 모아놓으면 국민들은 앞으로 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여야 모두 대변인 논평을 통해 통합과 조화, 소통의 정치를 약속했다.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대립과 갈등, 시기와 질투, 불신과 반목은 모두 지워버리고, 진리와 희망을 마음의 등불로 삼아 서로 이해하며 꿈과 희망을 나눠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모든 중생을 공경하고 공양하는 마음으로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립과 갈등, 시기와 질투, 불신과 반목은 '친박 복당'문제를 둘러싼 당내의 지루한 힘겨루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최근 회동에서도 '친박 복당'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공을 당으로 넘겼다. 이에 강재섭 대표는 이날 "나에게도 원칙이 있다"며 "임기 내 복당 불허"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전 대표는 하루 전 최후통첩 하 듯 "5월말 결정"을 주문한 뒤 해외순방을 떠났다. 화합과 소통보다는 승부사적 공방만 무성하다. 서로의 입장이 팽팽해 어느 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결말이 쉽게 나지 않을 사안이다. 이처럼 당내 주도권 싸움으로만 비쳐지고 있는 집안의 갈등조차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지 걱정이다. 한나라당은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고 국민들과 꿈과 희망을 나누기를 기대한다.

통합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 건강하고 강력한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쇠고기 재협상'을 고리로 17대 국회에서 처리를 약속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방식으로 보기 어렵다. '쇠고기'와 'FTA'는 별개의 사안인데도 국민 여론에 편승해 연계 전략을 펼치는 것은 책임 있는 건강한 야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이 한미 FTA청문회 직전에 FTA에 우호적인 국회 통외통위 위원들을 갑자기 교체한 것은 '꼼수에 강한' 야당 이미지를 덧칠할 뿐이다. '따질 것은 따지되, 해결할 것은 해결하는' 합리적인 사고를 주문하고 싶다.

모쪼록 정치권은 대승적 통합과 상생정신을 강조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한번쯤 귀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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