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의 "우리 사회·경제 불평등·불공정 문제 완화에 더 힘쓸 것"
한국 "영화박물관 건립·생가터 복원·공원 조성" 등 총선 공약 봇물
지역 정치권 "봉 감독 영화 '기생충'에 기생 하지 말고 현안부터 살펴야"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나선 대구 예비후보들이 저마다 ‘봉준호’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는 지역 현안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낮음에도 영화계에 새 역사를 쓴 봉준호 이름을 자신의 의사 발언에 엮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흔히 정치판에서 이슈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의견이나 주장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정치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명래 국회의원 예비후보(정의당·북갑)는 11일 논평을 통해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오스카상 4개 부문 수상을 대구시민과 북구주민의 이름으로 축하한다”며 “이번 총선이 우리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극복하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 불평등, 청년실업, 불공정에 대해 신랄하게 파헤친 영화가 기생충이라며 이번 총선이 정치의 본연인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비전과 실천을 두고 경쟁하는 선거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허소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달서을)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사는 물론 아카데미 100년 역사를 새롭게 썼다”며 “기생충이 다룬 경제·사회 불평등 문제 완화에 더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다양한 정책과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도록 담대한 정책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뤄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봉준호 감독과 관련된 공약도 잇따라 제시됐다.

현역 국회의원인 강효상 예비후보(한국당·달서병)는 “대구시청 신청사 옆 두류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11일 공약했다. 그는 “앞서 한국당 원내대책회의 발언에서 ‘봉준호 감동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의 자랑’이라고 소개했다”며 “봉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저의 이웃동네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탈리아 토리노의 경우 국립영화박물관이 있어 많은 화랑과 극장, 오페라, 박물관 등이 즐비한 예술산업도시로 명성이 높다”며 “대구가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만큼,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영화박물관을 설립, 영화를 문화예술도시 대구의 아이콘으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영식 예비후보(한국당·중남구)는 봉 감독이 대구 남구 봉덕동 출신이라며 오스카 4관왕을 휩쓴 공적을 영구기념·계승하기 위해 ‘봉준호 영화거리’, ‘봉준호 카페거리’,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영화 기생충 조형물’ 등을 남구에 설치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봉 감독의 위대한 업적을 남구 생가터 주변 지역에 조성하고 중구 김광석 거리와 연계해 관광시너지를 극대화시키겠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예비비에서 예산편성을 요구하고 중앙정부에서 국고를 끌어와 앞서 제안한 사업계획을 주민여론 수렴과 함께 확정하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날 장원용 예비후보(한국당·중남구)도 남구에 ‘봉준호 기념관’과 ‘봉준호 공원’을 조성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는 “오스카 4관왕에 오른 봉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까지 남구 대명5동에 있는 남도초등학교를 다녔다”며 “한국영화 101년 역사상 최초로 오스카상을 거머쥔 쾌거를 이룬 봉 감독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을 대명동에 건립해 대구에서 제2, 제3의 봉 감독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주의 ‘박찬호 기념관’, 수원의 ‘박지성 기념관’ 등을 고려하면 남구에 봉 감독 기념관과 공원을 만드는 것은 충분한 일이라며 남도초 인근에 있는 대명 2공원(배수지공원)을 봉준호 공원으로 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대구에서 지역의 자랑이자 내세울 인물로 관련 시설이나 공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정작 봉준호 감독과 합의한 제대로 된 공약인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공약을 본 시민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예비후보들은 마치 자신이 지역을 대표해 봉준호 감독에게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고 하는데, 예비후보로서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며 “예비후보들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현안을 살피고 많은 주민을 만나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견해를 내놨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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