삵 같은 천적을 피하기 위해
얕은 물에 발을 잠그고 자는 두루미는
추위가 몰려오면
한 발은 들어 깃 속에 묻는다

외다리에 온몸을 맡긴 채
솜뭉치처럼 웅크린 두루미의 잠
그런데 두루미는 자면서도
수시로 발을 바꿔 디뎌야 한다
그래야 얼어붙지 않는다
그걸 잊고 발목에 얼음이 얼어
꼼짝 못하고 죽은 새끼 두루미도 있다

한탄강이 쩡쩡 얼어붙는 겨울밤
여울목에 자리잡은
두루미 가족의 잠자리를 떠올리면
자꾸 눈이 시리고 발목도 시려온다.


<감상> 외다리에 몸 맡겨 밤을 지새우는 것이 두루미뿐이겠나. 벼랑에 몸을 맡긴 산양이며, 엄동설한의 노숙자며, 연탄불 떼지 않는 고학생이 그러하다. 두루미가 추위를 견디는 것은 폭 좁은 날개깃과 발의 교대에 있다. 학창시절 동생과 함께 껴안고 잔 온기 때문에 연탄불 없는 냉골에서 추위를 견딘 것이다. 영하 몇 십도로 내려간 어느 날, 등짝이 뜨끈해져 오는 것은 주인아줌마가 연탄을 새벽에 넣어둔 까닭이다. 시인도 두루미 가족을 떠올리며 눈이 시리고 발목도 시려오는 건 모두 측은지심(惻隱之心) 때문이다. 이런 마음들이라면 한파도 물리치고 따듯한 봄날이 가득한 세상이 도래하겠지요.(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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