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227일만에 마무리…12일 해단식

12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병원 본관 74m 높이 옥상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227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박문진 노조 지도위원이 농성을 풀고 옥상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노동자들이 노조권리에 목숨을 거는 해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12일 오후 3시께 대구 영남대의료원 본관 옥상에서 내려온 박문진(59·여)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감격에 겨운 눈물을 쏟아내며 말했다. 과거 영남대의료원 해고가 원직 복직 등을 촉구하며 74m 높이의 작은 공간에 올랐던 그녀는 227일 동안 생활했던 힘든 시간을 모두 보상받은 듯,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기도 했다.

박 지도위원을 찾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노동단체 관계자들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고공농성을 함께 시작했으나 건강악화로 농성을 중단했던 송영숙(43·여) 부지부장도 농성장에서 내려온 박 지도위원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농성장에서 먼저 내려온 미안한 마음이 뒤섞인 듯했다.

노조 관계자들은 박 지도위원에게 박수를 보내며 투쟁의 성과를 거둔 이 날을 꽃다발 전달과 함께 축하했다.

박 지도위원이 땅을 다시 밟게 된 것은 그녀의 복직이 결정돼서다.

12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병원 본관 74m 높이 옥상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227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박문진 노조 지도위원이 농성을 풀고 옥상에서 내려와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지난 11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사적조정회의에서 영남대의료원 노사 양측은 해고자 복직과 노사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노사는 박 지도위원을 다음 달 1일 직원으로 채용한 후 위로금 지급과 함께 사직처리 되는 안에 동의했다.

송 부지부장은 오는 5월 1일 영남대의료원 현장으로 복귀하고, △노조 가입과 탈퇴의 자유 보장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상호 노력 △민형사상 문책 금지 △법적 분쟁 취하 등이 노사가 합의한 조정안에 포함됐다.

앞서 노사 양측은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3일 해고자 복직에 잠정 합의했으나 병원 측 내부 반발로 합의가 지연됐다. 지난달 31일 재차 진행된 실무교섭에서 잠정 합의안이 도출됐으나 병원 측 반대 의견으로 최종 합의는 한 차례 미뤄졌고, 지난 11일 열린 사적조정회의에서 극적으로 합의했다.

노조는 지난 2006년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공작으로 발생한 영남대의료원 해고 문제가 14년 만에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병원 본관 74m 높이 옥상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227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박문진 노조 지도위원이 농성을 풀고 옥상에서 내려와 취재진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노사 모두의 결단으로 14년 동안 계속된 아픈 과거를 딛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김진경 영남대의료원지부장은 “해고자 복직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사 모두의 마음이 모였고 전국의 많은 분의 관심과 피땀이 모여 해결됐다”며 “노사관계 발전과 병원 발전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송영숙 부지부장은 “긴 시간 꿨던 꿈을 이뤘다”며 “많은 이들이 도움을 준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감격했다.

영남대의료원은 노조와 새로운 화합의 길을 모색해나갈 방침이다.

영남대의료원 서완석 부원장은 “오래 지속된 갈등이 이번 합의를 통해 종식됐다”며 “이를 계기로 영남대의료원 경영진과 노조뿐만 아니라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화합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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