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소나무 사이 긴 거미줄
저 첫줄을 어떻게 놓았을까

붉은 등대가 흰 등대로 던지는 불빛도
무당거미가 불 밝히는 거미줄 같다는 생각

근거리에서 보면 끈끈한 점성,
멀어질수록 번개의 시선으로 잡아맨다
건너편까지 몸을 던지려면 뒷심이 있어야지

헤드라이트가 거미의 꼬리인지도 모른다
불이 회전할 때 꽁지에 힘을 주고,
슬픈 눈빛을 보이지 않기 위해
꽁무니에서 빛을 쏘아 보내는 거다

그리움의 자장이 너무 길다
떨림이 클수록 중간쯤에 둥우리를 튼다


<감상> 나무 사이의 거리가 멀어도 거미는 첫줄을 놓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거미가 첫줄을 띄우는 모습처럼 사람 사이, 연인 사이에도 뒷심이 있어야 한다. 빨간 등대가 흰 등대에게 불빛을 쏘아 보내어 밤을 견디는 것과 같다. 사람에게 첫걸음을 띠는 순간 제 몸을 의탁할 믿음이 생기고, 삶의 원심력으로 그 관계가 지속된다. ‘떨림이 클수록 중간쯤에 둥우리를 튼다.’는 것은 관계를 완성하기 위해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고, 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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