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국가 산업의 한 축을 일방적으로 포기하면서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국가 재정의 손실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행정력 낭비와 미래 산업에 대한 기회비용 상실은 추산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월성 1호기는 전 정권 때 7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들여 개·보수 공사를 해 수명을 연장 시켜 놓았는데 이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폐쇄키로 결정했다. 월성원전에 대한 정부 정책은 혼란의 연속이다. 지난 2009년 12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10년 수명연장 허가 신청했다. 2012년 11월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이 만료돼 가동이 중지됐다. 그러다가 2015년 2월에는 다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연장을 허가했다. 그해 5월 환경 단체가 수명연장허가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2월 정부 결정을 뒤집고 서울행정법원이 수명연장 취소 판결을 내렸다.

다시 그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정부 차원의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자 한수원이 지난해 2월 다시 1호기 영구정지 신청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결국 원안위는 다시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고, 12월 서울고등법원은 수명연장 소송 2심 선고 연기 결정했다. 서울고법은 이달 14일로 예정됐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 소송의 항소심 선고를 연기하고 내달 27일 변론을 재개키로 했다. 이처럼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두고도 아직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월성 1호기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평가에서 의도적으로 경제성 부문 지표들을 낮게 반영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고,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해 유럽의회 등이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서 국제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고법의 판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뒤늦게 ‘국민 공론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9월 말 월성 건식저장시설(맥스터, 캐니스터)이 96.5%까지 사용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서 포화 시점을 2021년 11월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월성원전 내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포화를 다시 2022년 2월로 늦춰 잡았다. 원전 정비계획과 전기 생산량 감소 등을 반영한 추정치로 했더니 약 4개월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지난달 월성 부지 내 맥스터 증설을 4년의 시간을 끈 끝에 허가했다. 포화가 임박해서야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허가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또 다시 산업부가 재검토위를 구성해 지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공론조사 운운하고 있다. 이렇게 차일 피일 시간만 끌다 결국 원전의 문을 닫게 할 심산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의 갈팡질팡 원전 정책에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을 안고 사는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을 가중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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