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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펭수가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아침광장] 펭수가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 하윤 케인 변호사
  • 승인 2020년 02월 13일 17시 4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14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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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케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browniejj
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남극에서 온 열 살의 황제펭귄 펭수는 EBS가 탄생시킨 캐릭터다.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를 이름으로 하는 펭수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매력으로 데뷔 후 빠르게 슈퍼스타가 됐다. 인기가 많을수록 이에 편승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법. 최근 펭수가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다. EBS가 아닌 제 3자가 상표청에 ‘펭수’, ‘펭하’, ‘펭바’ 등 펭수 관련 명칭을 인터넷 방송업과 문구류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상표 신청한 것이다. 한국은 신청서 접수일인 출원일을 기준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데, EBS가 ‘펭수’를 출원한 제 3자보다 일주일 가량 늦게 상표 등록 신청서를 접수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EBS가 상표 출원 후발주자가 된 것이다. 현재 ‘펭수’ 및 기타 상표를 출원한 다섯 명 중 두 명이 출원을 취하했으며 부당이득을 방지하는 상표법 조문 상 제3자의 상표등록은 성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펭수가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이번 분쟁이 어떻게 진행 됐을까? 미국은 출원일보다는 실제 시장에서 사용한 날짜가 중요한 국가다. 물건이라면 해당 물품이 처음으로 미국에 판매된 날짜, 서비스라면 돈을 받고 첫 서비스를 제공한 날짜로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이다. 펭수의 경우, 펭수가 처음으로 방영된 경우가 우선순위의 근거일이 된다. 따라서 출원일이 늦더라도 EBS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제3자보다 출원이 늦었기 때문에 몇 가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제3자가 ‘펭수’를 출원한다면 우선 사용증거 검토 단계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표는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상표를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출원서 제출 시 ‘펭수’라는 상표를 방송에서 사용하고 있음을 상표청에 증명해야 한다. 상표청 심사관의 역할 중 하나가 제출된 증거가 위조된 증거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신의 것이 아닌 사진이나 포토샵으로 증거를 위조한 경우에는 신청서가 취소된다. 펭수가 EBS의 스타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제3자의 ‘펭수’는 상표청 심사 과정에서 위조된 증거 제출로 등록 불가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다.

만약 증거자료가 문제 없이 통과되더라도 EBS에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표청이 검토를 완료한 상표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공고기간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고기간을 놓쳤다면 상표 취소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선출원자에게 권리가 있기 때문에 선출원자와 협의로 출원 취하를 하거나 상표권 이전을 위해 선출원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행히, 펭수는 이미 전 국민이 아는 유명한 캐릭터이다. 선출원자는 대중의 비난을 받고 있고, 현재 변리사 협회에서도 출원을 대리한 변리사에게 윤리규정 위반이라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수요자에게 널리 인식된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상표법 34조에도 의지할 수 있다. 하지만 펭수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의 캐릭터였다면 아마 매우 험난한 길을 걸었을 것이다.

상표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국한된 독점권이다. 따라서 ‘펭수’ 신청자는 자신이 신청한 문구나 완구, 방송 서비스 등에서 권리를 확보한다. 하지만 유명한 상표의 경우, 등록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 EBS가 펭수 캐릭터 상품으로 아직 진출하지 않은 분야에 제3자가 출원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전국이 열광하는 펭수의 명성으로 보아 상표청이 등록 거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EBS가 상표권을 획득하고 펭수가 한국 스타를 넘어 전 세계의 대스타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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