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4일, 포항 영일만항에서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열렸다. 도지사와 시장 등 지역 기관단체장 300여 명이 참석한 ‘국제크루즈 시범사업 출항식’이었다. 참석자들은 영일만항을 출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을 돌아오는 5만7000t 크루즈 ‘네오 로만티카(Neo Romantica)’호를 배경으로 출발을 알리는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네오 로만티카호는 1400여 명이 탈 수 있는 호화 유람선.

언론에서는 ‘포항 영일만항 크루즈항으로 도약’, ‘영일만항 환동해 물류-관광 중심지로 뜬다’ 등의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이렇게 크루즈선의 출항을 축하한 것은 아시아 크루즈 관광 수요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장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국제크루즈라인(CLI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55개 크루즈사가 278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780만 명이던 연간 탑승객 수가 지난해에는 3000만 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200만 명이 더 늘어난 3200만 명을 예상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춤하게 됐다. 아시아 시장의 크루즈 관광객 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209만 명이던 것이 연 평균 20% 이상 증가세로 올해는 532만 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크루즈관광이 암초를 만났다. 이달 3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입항한 뒤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16일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355명이나 나왔다. 16일 하루에만 70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꿈의 크루즈선’이 ‘공포의 크루즈선’으로 변했다. 탑승자 3700명 중에는 한국인 14명도 타고 있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대응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처음부터 관광객을 하선시켜 격리했더라면 이 같은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염려한 초기 대응 실패가 크루즈선을 거대한 ‘코로나19 배양실’로 만들었다.

이 와중에도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감염자는 일본 내 감염자가 아니라며 대외적인 감염자 숫자 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의 크루즈선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실패가 영일만항을 기항지로 하는 크루즈 관광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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