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전문 비공개를 결정하였으나 지난 7일 동아일보에서 공소장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상태이며, 추 장관의 결정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연일 시끄러웠다. 우리 국회에서는 피의자들이 검찰에서 기소되면 법무부에 공소장 제출을 요청해왔고, 법무부는 국회 요청이 오면 검찰에서 비실명 처리된 공소장을 건네받아 국회에 제출해 왔다고 한다.

국회의원실에서는 이를 언론에 전달해 보도될 수 있게 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왔다고 한다.

나는 공소장 공개가 옳은지 옳지 않은지의 문제를 말하고 싶지 않다. 날고 기는 법 전문가들이 국회 안에는 말할 것도 없고 재야에 득실거리고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이 나설 까닭이 없다. 모든 언론이 입을 모아 시시비비를 따져 가려주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발표를 두고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논평했다. 아마 사리에 맞지 않는 말, 사리에 맞지 않아도 이만저만이 아닌 말을 했다는 뜻일 것이다.

개는 잡식성이다. 풀을 뜯어 먹기도 한단다. 영양보충이나 배가 고플 때 풀을 뜯어 먹기도 하는 모양이다. 또 개 자신이 속이 더부룩할 때 구토를 하려고 풀을 뜯어 먹는 일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개가 풀을 뜯어 먹느냐 아니냐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같은 맥락에서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을 많이 한다. 때로는 엉뚱한 말을 할 때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말도 한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거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말,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할 때 쓰는 속담류의 말이다.

문제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하는 말이 좀 천박해 보이는 데 있다.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나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말도 아름답게 들리진 않지만, 그보다 더 천박하게 들리는 말이다.

전 국민이 다 듣는 방송에서 여과 없이 공개된 논평의 말이요, 연일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시끄러웠던 말이다.

연속극이나 영화 등 많은 프로그램에서는 15세 이하의 어린이는 시청하지 말라는 자막이 붙는다. 국회방송이나 시사평론의 경우는 국민 모두가 시청할 수 있는 방송이다.

나는 손자들과 뉴스를 시청하다가 낯이 화끈거렸다. 이번뿐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을 많이 해 왔다. 심리학적으로 영웅심리 같은 것이 작동한 것인가. 우리의 선량(選良) 국회의원의 입에서 상스럽지 못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에 기가 막히는 것이다.

장관은, 그것도 법무부 장관이 상황판단을 어떻게 했기에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여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한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은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 같다. 자신은 기발한 용어라고 고르고 골라서 쓴 말인지 모르지만 국민의 정서를 정말 모질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삶이 팍팍하여 정서가 많이 거칠어졌는데 부채질하는 것 같다.

이 기발한 말을 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아름다운 말 선플상’을 수상한 의원이었다.

‘아름다운 말’이란 수식어가 앞에 붙은 것으로 보아 아름다운 말을 많이 쓴 국회의원에게 수여되는 상인 것 같은데 이런 말이 아름다운 말일 수 있단 말인가. 한심스럽다.

국회의원이나 장관뿐이 아니다. 유튜브 방송을 하는 유명인들의 혀가 뱀의 혀보다 더 악랄하여 눈이 찔끔 감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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