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포항에서 또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에 커다랗게 땅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가까운 곳에서 4개월 전에도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3일 발생한 대형 싱크홀은 왕복 6차선 도로의 한 가운데가 내려 앉는 아찔한 것이었다. 눈치 빠른 시민이 신고하지 않았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그런데 포항시의 싱크홀 대처 방식이 문제다. 지난해 사고 이후 성급하게 현장을 메우고 차량 통행을 시키더니 이번에도 원인 규명도 하기 전에 싱크홀 메꾸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어떤 사고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장 보존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현장이 훼손되면 그만큼 원인을 찾기 어려운 법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번에 대형 싱크홀이 다시 발생한 남구 이동 포항동부교회 앞 도로에 대해 원인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후 포항시는 싱크홀 발생 원인과 관련, 도로 지하 9m에 위치한 3×2.5m 크기 대형하수관과 인근 저지대로 이어지는 지름 1m 의 중형하수관 연결부위에서 누수가 발생해 토사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시는 당시에 싱크홀 탐사 전문업체에 의뢰해 싱크홀 발생 지점 인근 2km 구간에 동공 등 추가 싱크홀 발생 위험이 있는지도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4개월 만에 또 인근 도로에 가로 4m, 세로 5m, 깊이 4m의 거대 싱크홀이 발생했다. 도로의 한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 부분이어서 다행히 이번에도 차량이나 인명 등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싱크홀 발생 당시 인근 2㎞ 구간의 동공 등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은 대로에서 잇따라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다. 포항동부교회 앞 도로에서 자칫 큰 사고가 나지 않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포항시는 이번에도 싱크홀 발생 4시간 만에 복구를 완료했다. 일대 차량 통행을 막고 100t 분량의 슬래그로 싱크홀을 막았다는 것이다. 모든 사건 사고는 현장에 답이 있다. 포항시는 이번에도 빠른 복구를 자랑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장을 보존해 원인을 먼저 찾는 것이 순서이지 않는가. 지난해 10월 싱크홀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시 가까운 곳에서 싱크홀이 발생하지 않았나.

포항시는 이번에도 탐사 전문업체를 동원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지난번 보다 조사 범위를 더 넓혀 싱크홀 발생 지점 인근 4.5㎞ 구간에 대해 싱크홀 발생 위험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져 시민 불안이 크다. 대형 싱크홀의 발생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