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를 때린다 너를 때리고 싶어
네가 대답을 하지 않을 때
난 상상 속 팽이를 때린다

사나운 맹수처럼 채찍을 휘두른다
팽이는 그 힘으로 돈다

어쩌면 내가 맞는 것인지 모른다
독재자는 사랑을 은밀히 포장하지
가족도 짐승처럼 권태로워

탈주하는 나는 팽이를 때린다
우린 이류, 삼류라는 계급에 노출되었지
애인은 달콤한 혀로 눈꽃을 만들어
회색 공간에 흩뿌린다

성탄을 앞둔 모차르트 카페에서
천사들은 파티를 준비하고
구석진 자리에서 나는 파란 불빛이 된다

파랗게 멍들어 빛이 되는 신비
팽이는 맞으면서 생의 의지를 불태우고
미니 전구는 겨울 밤 창가에 불빛을 비춘다


<감상>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상황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타인의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행위이다. 지배자가 상대방을 통제하기 위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인데, 주로 “너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라는 이유를 들어 복종하게 한다. 내가 주위 분들에게 피해를 끼친 적이 없음에도 인간관계가 좋지 않으니 평가 절하된다는 식인데, 지배자와 경쟁자들이 주로 쓴다. 부디 팽이처럼 그만 나를 때려라. 권력의 피라미드 속에서 너도 맞아 멍이 들고. 생의 의지를 불태우며 그 빛깔대로 놀아나지 않느냐.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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