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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경주타워 디자인
[삼촌설] 경주타워 디자인
  •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 승인 2020년 02월 18일 17시 1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19일 수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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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세계문화엑스포 재단법인이 지난 2004년 공원의 상징물 설계 공모를 했다. 이 공모전에서 재일교포 2세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이타미 준(伊丹潤·1937~2011)의 작품이 가작인 우수상을 받았다. ‘이타미 준’이란 이름은 도쿄에 설계사무소를 내기 위해 만든 이름이다. 그는 평생 ‘유동룡(庾東龍)’이란 한국 이름과 한국 국적을 간직했던 사람이다.

황당하게도 2004년 공모에서 가작으로 밀렸던 그의 설계와 2007년 완공된 상징건물의 형태가 거의 유사했다. 경주엑스포가 유 씨의 설계안을 무단 도용했던 것이다. 유 씨의 딸 유이화 ITM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이 사실을 알고 문화엑스포 재단을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두 차례나 기각됐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유 대표는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항소했다. 1심 때 공모전 당선자가 제출한 자료가 반격의 실마리가 됐다. 당선자와 문화엑스포 재단의 회의록에서 ‘유리 타워에 음각으로 황룡사 목탑 모양을 파내라. 우수상 아이디어를 가져온 셈이니 저작권 시비에 대비해 법률 자문을 하자’고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해서 대법원 판결에서 원고 승소가 확정됐다.

법원은 “손해를 배상하고 ‘원작자 유동룡’이란 표지석을 설치하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유 씨는 고국의 문화재단에 제안했던 작품에 대한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안타깝게도 대법원 판결 한 달 전인 2011년 6월 74세로 별세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재 경주문화엑스포공원의 상징물인 ‘경주타워’가 사실 유씨의 설계 원안대로 지어지지 않은 ‘짝퉁’이라는 점이다. 사실 유씨가 처음 설계한 경주타워 설계 원안 투시도를 보면 현재 세워져 있는 건물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비례미가 있고, 주변 건물과의 조화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7일 경주문화엑스포공원 경주타워 앞에서 12년 이나 지연된 ‘경주타워 건축가 유동룡’ 현판을 세우는 행사가 열렸다. 현판에는 유씨의 각종 수상기록, 대표작, 설계 당시의 투시도가 새겨졌다. 경주문화엑스포 공원 경주타워는 작가의 창의성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표절 천국의 상징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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