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현은 국가미술관이다. 올해는 마이너 장르에 두루 안배했다. 시대의 미적 생산물은 다 검토대상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정리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에서 그동안 소외된 서예, 공예, 건축, 등의 광범위한 미술 분야에 대한 관심의 표방으로 생각된다. 맞는 말이다. 최근 몇십 년 동안 한민족 정신의 뿌리인 우리 것에 너무 소홀하였다. 서예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수 천 년의 역사를 지켜온 대한민국의 대표 미술 분야였다. 오히려 서구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동양의 서예를 연구 체험하고 변용하여 그들의 현대미술에 응용하였다. 액션페인팅과 추상표현주의 등의 현대미술을 동아시아의 서예에서 그 정신과 기법을 결합하고 혼융시켰다.

한국서예는 선사시대 ‘반구대 암각화’를 시작으로 낙랑의 ‘점제현신사비’와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 이르면 서체의 호방한 기세가 세계인이 주목하는 민족문화유산이다. 신라의 ‘포항중성리비’, 백제의 ‘무령왕지석’, 신라 ‘단양적성비’의 비갈도 여전히 남아있다. 최치원의 ‘쌍계사진감선사대공탑비’, 김생 집자의 ‘태자사낭공대사비’등은 당시의 문화예술 정수를 잘 알 수 있는 역사의 집약체이다.

이번 국현의 한국 근·현대서예전은 적절한 타이밍에 우리 정체성을 발산하는 첫 전시회이다. 지금 세계는 작지만 역동성 있는 대한민국을 인정하고 있다. 영화라는 종합예술 ‘기생충’의 봉준호 팀이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BTS와 현대미술에서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작년부터 미국의 LA카운티미술관에서 한국의 서예전을 펼쳐 동양미술의 뿌리인 서예의 ‘획’을 새롭게 인식하였다. 더불어 추사 김정희의 베이징 국가미술관 초대전, 백남준의 런던 테이트모던 특별전으로 한국인의 저력을 지구촌 문화예술계 전 분야에 힘을 발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렇지만 우리 민족 예술의 정수인 서예를 우리는 그동안 너무 소홀히 다루지 않았나 하고 자문해보는 이 때에 다시 한 번 우리 정체성과 수묵정신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국현의 담당자가 보내준 내용으로는 한국 근대 서예의 거장인 석재 서병오를 위시하여 위창 오세창, 해강 김규진, 성재 김태석, 성당 김돈희 등의 명작 글씨와 손재형, 류희강, 김충현 등 현대서예가 작품과 남관, 서세옥, 이우환, 이강소, 오수환, 박대성, 황창배 등의 서체추상을 이용한 현대미술가도 함께하는 큰 전시회라고 되어있다. 전통의 획을 기반으로 한 서예가 한국현대미술가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어 다양한 표현으로 나오게 되었는가를 비교해보는 기획의 의도가 느껴진다. 시대에 맞추는 전시방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다면 평면의 서예작품과 함께 근현대 서예가의 낙관들도 함께 공개한다면 전각의 새김이라는 동양미술의 색다른 확장성을 느낄 것이라 희망해본다.

아무쪼록 50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미술관에 서書, 한국 근현대서예’ 전시회가 기대된다. 신라의 김생, 고려의 탄연, 조선초기의 안평대군, 조선중기의 한호, 조선말기의 김정희 등의 선인들이 존경받았던 위대한 한국서예사도 우리에게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전 국민과 세계인이 보고 느끼도록 해야 될 것이다.

덧붙인다면 지금은 문자를 치는 스마트폰의 디지털시대이기에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의 캘리그라피와 타이포그래피의 작업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고 한다. 전시부대행사로 5월에 근현대 서예 심포지움도 열린다고 하니 참석해보고 싶다.

석재 서병오 - 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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