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산처럼 모로 누워 내가 잠깐 동안 빌려간
당신의 어깨가 결린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심장과 가까운 왼쪽을 바닥에 대고
그 겨울 찬 강물이 폐에 차오르는 걸 생각했다
당신은 오른쪽 어깨를 바닥에 대고
한번은 너무 아래까지 내려온 별의 모서리가 찌른다고도 했다

쏟아진 별과 비스듬히 흘려보낸 말들로부터
균형을 잡느라 비집고 들어온 마음자리가 떨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 그늘의 깊이를 헤아려보는 것이었다

감정은 손가락 끝에 매달린 물방울처럼 털어내기를 좋아해서
당신의 오른발로 나의 왼발을 지탱하는 습관이 버릇처럼 생겼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꼭 옛날사람 같지만
꽃은 절대 지지 않을 것처럼 피고
당신은 절대 가지 않을 것처럼 온다

아주 오래 전 방울 소리를 내며 문밖을 서성이며
당신의 절반을 다 내어줄 것처럼 / 끝내 돌아눕지 않을 사람처럼



<감상> 등을 맞대고 모로 누운 사람은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 같다. 가난과 갈증과 불안으로 가득 찬 강물이 두 사람을 변방으로 내몰게 했을 것이다. 가끔 희망 섞인 말과 툭 던지는 위로의 말들이 균형을 잡아주었을 것이다. 간고등어처럼 서로의 발과 다리를 의지한 채 불편한 감정과 궁핍함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렸을 것이다. 꽃과 당신도 언젠가 지고 말면 그뿐이므로 지금의 반쪽으로 메운다면 잘 견뎌 나갈 것이다. 절반을 온전히 다 내어줄 수 없지만, 끝내 돌아눕지 않을 수 없지만 하루를 영원처럼 살고 싶은 꿈은 높고 쓸쓸하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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