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단 5명의 감염자가 당시 전체 186명 중 82.3%인 153명에게 전파한 것이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역학보고서에 의하면 가장 많은 감염을 일으킨 14번 환자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등에서 접촉한 594명 가운데 85명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퍼뜨린 ‘슈퍼전파자(super-spreader)’로 분류했다. 당시 슈퍼전파자는 모두 5명으로 14번 환자를 비롯, 1번 28명, 15번 6명, 16번 23명, 76번 11명 전파 등이었다.

슈퍼전파자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사람 가운데 특별히 많은 2차 접촉자를 감염시킨 사람을 말한다. 슈퍼전파자의 특징은 ‘파레토 법칙’에 따른 전파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에서 따온 ‘파레토 법칙’은 ‘8대 2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20%의 고객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80%에 해당하는 만큼의 쇼핑하는 현상이다.

메르스 사태 때도 5명의 감염자가 82.3%에게 감염시켜 파레토 법칙이 맞아 덜어졌다. 일부 슈퍼전파는 파레토 법칙을 따르지만, 그보다 높거나 낮은 비율로 전파하는 경우도 있다. 슈퍼전파는 주로 메르스 사태 때처럼 병원 내 감염이나 오진, 에어로졸 전파 즉 공기 중 전파가 요인이 된다.

정부는 19일 코로나19 확진자 20명이 한꺼번에 발생해 국내 환자가 모두 51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약 한 달 동안 평균 한 명 꼴이었던 일일 확진자 숫자가 돌연 두 자릿수로 급증해 충격적이다. 특히 대구·경북의 신규 확진자 18명 중 15명은 31번 환자의 동선과 겹치고, 다른 세 명도 이 환자와 연관성이 있는 지 파악 중에 있다. 지역사회 감염은 물론 국내 첫 슈퍼 전파자가 나온 것이다.

메르스 사태 역학보고서에서 특이한 것이 슈퍼전파자 5명 가운데 마스크를 잠시라도 쓴 사람이 단 한 사람 뿐이었다는 점이다.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방역 당국이 권하는 바이러스 감염 예방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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