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비전 모색…산업도시 전환과정서 상실한 공간·고유성 확보
물리·공간적 도시환경부터 시민 삶까지 변화

포항이 법정문화도시 지정으로 포항시와 포항시민의 삶에 본격적인 전환을 앞두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나루터 문화놀이창고(구 수협냉동창고)에서 열린 문화도시시민축제.
경북 포항이 법정 문화도시 지정으로 포항시민의 삶을 전환하는 새로운 도시의 미래를 연다.

포항은 법정 문화도시 지정으로 문화도시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맞고 있다. 그간 철강경기의 장기적인 침체를 겪으며‘철강도시 이후’(post-posco)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모색에 대한 필요성 대두와 지진이라는 재난 이슈가 더해지면서 포항의 사회경제적 재건 시점에서 이번‘법정 문화도시’사업의 추진은 포항 성장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항은 오랜 시간 산업의 뼈대를 기반으로 도시의 속살이 채워지며 도시의 인문적 토양이 형성돼 왔다.

철이라는 특정산업을 기반으로 도시의 공간이 순식간에 재편되고, 수많은 외부인구가 유입되면서 토착민과 유입민의 정서적 혼재와 더불어 도시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져왔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외형적 규모는 커졌지만 또 다른 측면의 소멸과 상실을 겪기도 했다.

한때 형산강변 길을 따라 노란색 제복을 입은 철강 근로자들의 자전거 물결은 잘나가던 시절의 포항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회자되곤 한다.

그러나 국가기반산업을 통한 경제성장 중심의 구조는 도시전반에 기업에 의존하는 편향성을 드러냈으며 경제성장이 곧 도시성장의 척도가 되는 도시철학의 부재를 낳았다.

비근한 예로 우리 지역의 마을 곳곳에 지닌 고유한 신화와 역사, 유적, 정신문화 등 많은 인문 자산들이 저평가 되거나 관심에서 소외되기도 했다. 그러한 탓에 오랜 기간 포항은 스스로 ‘문화의 불모지’, ‘삭막한 회색도시’의 시민임을 부끄러워하고 그러한 대외적인 도시 이미지로 못 박혔다.

이처럼 어촌도시에서 산업도시로의 전환과정에서 겪은 근대적 시간은 단순히 공간의 균열 외에 도시의 고유성 상실, 개별화 등 개인의 삶과 가치는 경제적 성장 매커니즘에 함몰될 수밖에 없었다.

문화도시 사업은 단순히 물리적·공간적 도시환경 변화는 물론 시민의 삶까지도 변화시키는 거시적인 관점의 지역문화균형 발전을 견인할 목적사업이다.

포항은 ‘철의도시, 문화도시’의 비전을 통해 철강 산업 중심의 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전환을 꾀한다. 문화주체들의 자발적 활동을 통해 도시와 삶의 재발견을 통한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향후 최대 200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될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 포항시와 포항시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문화도시 시민거버넌스
▲근대적 시간으로부터의 탈피, 개인과 공동체 삶으로의 가치 전환

법정 문화도시는 크게 3가지 중심축으로 사업이 전개된다. △인재양성의 휴먼인프라 양성, △공간의 문화적 확장을 위한 하드웨어 조성, △다양한 도시의 컬러를 만드는 콘텐츠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각적 관점의 문화생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도시 사업은 사람, 즉 시민중심의 사업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포항은 2016년부터 시작한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과 문화적도시재생사업 등을 추진하며 주체적인 문화시민 참여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이러한 시민참여의 장을 보다 촘촘하고 다양한 주체들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양한 시민중심의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제를 제시하고 공론화함으로써 문화도시의 중심에 선다.

이와 함께 다양한 그룹의 협업 및 워킹그룹을 육성해 생활문화, 예술교육 등 시민과 문화사업을 연결하는 촉매자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 시민 누구나 문화적 혜택을 생활 가까이에서 누리고 문화도시의 적극적인 주체자로 유입할 수 있는 시민기획자 층을 두텁게 양성할 계획이다.

공론화 참여과정의 ‘라운드테이블’, ‘시민정책단’, ‘도시문화학교’, ‘워킹 및 협업그룹 육성’등 주체적 문화시민 양성을 통해 시민은 문화도시의 가치를 학습하고 개인의 삶과 행복에 대한 가치를 사유하고 삶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나간다. 개인으로부터 시작된 문화도시의 가치와 비전이 도시사회로 확장되는 것이다.

포항 인문성 회복을 위한 신입암별곡 강연.
▲문화가 지닌 가치와 힘! 마을 곳곳, 동네방네로 뻗어 나가다

일부 문화거점과 문화기반 시설 위주의 문화사업은 결국 문화소외 계층을 만들고 문화계급을 만든다. 포항시는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그간 원도심과 일부 문화기반 시설 위주로 추진한 문화사업을 모든 시민이 문화의 가치를 인식하고 사업의 혜택을 수혜받는 구조로 확장한다. 지난해 예비사업 과정에서 추진한 ‘시민제안 문화사업’을 통해 구축한 권역별 사업 대상지를 기반으로 각 권역에 맞는 인문키워드를 바탕으로 시민이 직접 제안하고 추진하는 사업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 추진 및 활동과정에서 주민자치센터 및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소단위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주민중심의 문화거점 공간이 형성되고 사업의 성과에 따라 20~30개의 권역별 거점공간이 상호 연계망을 통해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권역별 시민문화 사업을 통해 포항이 지닌 고유한 인문성을 회복하고 시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이해와 자긍심을 가지게 되며 이는 곧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간다.

또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문화재생 사업’의 확장과 구룡포, 포항운하 등 관광거점지 중심의 콘텐츠 강화로 소단위 다거점 문화스팟을 형성해 시민들이 다양하고 독립적인 기능의 문화향유 기회를 보다 폭넓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원도심 문화재생사업 ‘꿈틀로’
▲정책과 문화가 만나, 도시 변화 주도

시민의 삶의 질, 행복한 자아의 실현, 개인이 행복한 도시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도시전반의 정책이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경기침체에 따른 지역경제 위기, 촉발 지진으로부터 발생한 도시활력 감소 등 시민일상회복에 대한 화두는 현재 포항이 지닌 큰 사회적 쟁점이다. 법정 문화도시 사업은 이러한 시민의 삶 전체를 살펴보고 문화적 방식의 대안모색을 통해 사회적 재건에 힘쓴다.

이미 법정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2030 문화도시 포항 마스터플랜’을 수립함으로써 포항의 도시전반에 문화도시 사업을 관통시킬 계획이다.

경기침체, 지진 등 시민의 일상회복을 위한 F5 문화재생활동가 지원, 재난 도시 간 공감 네트워크 사업, 여기에 재난을 보다 거시적으로 확장한 ‘문화안전망 구축’ 등 포항만의 선제적 문화매뉴얼을 구축한다.

도시의 문제를 문화적 방식으로 치유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미래문화 자산화를 통한 다음 세대들을 위한 성장먹거리 확보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철강산업 이후 포항의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개발 육성함으로써 다음세대들을 위한 성장발판 마련에 나선다.

△순환형 문화공영 개발, △포항 운하의 자산화, △포항형 예술 지원 시스템, △그랜드 마리오네트 아시아 거점 조성, △스틸문화의 입체적 접근 등 특성화전략 사업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를 구현한다.

장소의 공공재원화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순환형 문화공영 개발과 포항형 예술 지원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청년과 예술인 그리고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창업 및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국내 유일의 도시를 관통하는 포항운하를 문화상품화 하고, 포항의 기술력과 항구도시의 특성을 기반으로 그랜드 마리오네트 아시아 거점을 조성함으로써 문화 인력의 양성 및 유입을 유도하고 관광과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문화자산을 마련한다.

특성화 전략사업은 향후 2~3년 간 기초토대를 구축하고 4~5년 차에 실질적인 성과를 다짐으로써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 종료가 되는 향후 2025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용 및 수익창출이 가능한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같은 문화도시 조성 사업 과정에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다양한 이웃과 소통하면서 주체적 문화활동의 기획 및 실천을 통해 직접 도시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문화환경을 조성하며, 더 나아가 도시와 삶의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의 효과가 문화창업과 관광산업 등으로 연계·확대되고 포항의 고유한 문화적 브랜드를 창출함으로써 세계적인 제철도시에 걸 맞는 국제적이고 수준 높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해 나갈 계획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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