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사공이 많아 말도 많던 자유한국당호가 다행히 산으로 가지 않고 바다에서 닻을 올렸다. 지난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3년여 만에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온 자유한국당(대표 황교안), 새로운보수당(대표 유승민)과 미래를 향한 4.0(전진당 대표 이언주) 등 3개 원내 정당과 재야의 친이명박계,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옛 안철수계 일부 인사들, 청년정당 등이 미래통합당이라는 새 둥지에 꽈리를 틀었다.

이들의 통합 동력은 ‘문재인 정권 타도’다. 오는 4·15 총선에서 반 문재인 전선을 펼쳐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지켜내겠다는 것이 목표다.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이 산산조각 난후 3년여 만에 보수통합이라는 큰 기둥을 세우고 여기에 일부 중도와 진보세력이 가세를 해 울타리를 만들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6일 보수대통합을 제안한 이후 103일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여권과 일부 야당에서는 ‘도로 새누리당’이라고 비판의 꼬리를 달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이 꼬리를 떼고 승리를 하려면 웰빙류에 속한 중진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적쇄신과 과감한 험지 출마유도,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시급한 과제다. 대표적인 것이 제집 안마당에서만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PK 일부 중진들을 공천에서 컷오프 시켜야 한다. 이들이 반발을 해도 단호한 결정을 해야 한다. TK 지역에서는 박근혜의 치맛자락을 잡고 국회의원을 직업으로 삼아온 중진들도 이번 공천에서 과감한 정리를 해야 한다. 20일 현재 TK 지역에서 자진사퇴를 발표한 의원은 4선의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 3선 김광림 의원(안동시)과 초선의 정종섭(대구 동갑), 장석춘(구미을), 최교일 의원(영주시) 등 5명이다. 초선인 강효상 의원(대구 달서병)은 자진해서 험지인 서울 강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 외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자고 나면 목을 만져 본다”며 공천 심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TK의원들 중 6~7명은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게 나와 이미 개별적으로 통보를 받은 상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진중권 돌직구’에서 “문 대통령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대통령은 야당 복이 터졌다. 촛불 덕에 쉽게 당선됐지, 야당 덕에 통치도 거저먹는다. 유재수 비리, 감찰무마, 조국사태에 선거개입 사건 등 대형 사고가 줄줄이 터져도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인 한 더불어민주당은 아무 걱정이 없다. 떨어져 나간 표가 절대 그 당으로 가지는 않을 테니까”.

진 교수의 이 글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관계자들은 수긍하기 어렵더라도 뼛속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퇴직한 진보주의 교수의 치기 어린 소리로 흘려버리면 ‘떠난 표가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진 교수에게 백배 고맙다고 절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눈치를 보며 소신 발언을 못하고 있는 숱한 방관 지식인들 가운데 누가 진 교수처럼 공개적으로 뼈아픈 충고를 할 수 있겠나.

지난 19일 미래통합당이 제2차 지역구 공천자를 발표하는 등 공천 작업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1, 2차 지역구 공천자 선정은 TK와 PK 지역을 제외한 서울, 수도권 일부 단일 신청자 지역을 우선 실시해 공천에 따른 후유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일 현재 불출마를 발표한 3선 이상 중진의원 9명을 포함 총 20명이 자진사퇴를 밝혔다. 20일부터 시작된 PK지역에 대한 공천심사에서 중진들이 대거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홍준표·김태호 의원에 대한 험지 차출이 강행될 경우 이들의 반발에 따른 후폭풍이 클 것이다. 여기다 TK지역 3선 이상 일부 중진들까지 컷오프되면 한동안 공천 후유증의 파장이 길어질 것이다. 그래도 인적쇄신은 계속돼야 한다. 진 교수는 대한민국의 보수에 대해서도 돌직구를 던졌다. “보수적 가치의 핵심은 국가공동체를 위한 자기희생에 있다. 하지만 이 보수적인 나라에서 보수의 덕목을 갖춘 이를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보수는 공포 마케팅을 앞세워 사익을 우선시해왔다. 대한민국의 보수는 멸종의 위기에 처했다. 이런 지적도 진보에서 대신해줘야 한다는 게 대한민국 보수의 비극이다”.

여하튼 ‘문재인 정부 타도’를 기치로 내세운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도 없는 배수진에서 4·15총선을 맞게 됐다. 사즉생(死卽生)이면 필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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