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의 휘하 장수들이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에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며 싸우라고 했는데 어째서 강을 등지고 싸운 것입니까?” “병서에 자신을 사지(死地)에 빠뜨림으로써 비로소 살아날 수 있고, 망할 처지에 몰리게 된 뒤에야 비로소 멸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을 응용한 것이 우리가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 배수진이다” 한신의 대답이었다.

손자는 싸움터를 지세에 따라 9가지로 나눴다. 산지(散地), 경지(輕地), 쟁지(爭地), 교지(交地), 구지(衢地), 중지(重地), 비지(비地), 위지(圍地), 사지(死地)가 바로 그 아홉 가지다. “궁지에 몰렸을 때 살길이 보인다”고 강조한 손자는 9가지 중 사지를 승리의 요체로 중요시 했다. “군사들은 멸망할 처지에 몰리게 된 후에야 용감하게 싸우고, 사지에 빠진 후에야 목숨을 걸고 싸워 살아남으며, 불리한 상황에 처한 다음에야 승패를 결정하게 된다”고 했다.

“위험에 처해 질수록 살아남는다. 죽음을 앞에 두고 병사들은 힘을 다해 싸우지 않을 수 없다. 병사들은 매우 위험한 곳에 처하면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게 되며 도망갈 길이 없으면 오히려 단결하게 된다. 적진 깊숙이 들어가면 행동의 구속을 받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사적으로 싸우게 된다. 사람은 죽고자 하는 마음보다 살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강하기 마련이다. 위기를 느꼈다고 두려워하기보다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악착같이 싸워서 살아남으려 한다. 위험에 처했다고 빠져 나갈 궁리도 하지 않고 지레 겁을 먹고 병사들 보다 먼저 싸우기를 포기하는 장수는 어리석다. 위험에 빠졌을 때 더욱 용감하고 단결하는 병사들의 심리를 잘 이용해 전쟁에서 승리할 방도를 마련하는 것이 장수가 할 일이다”

사지나 험지에 오히려 승리의 요인이 많다며 장수가 단단한 각오와 전략전술로 최선을 다하면 대첩의 확률이 높다는 것이 손자의 생각이다. 4월 총선에서 야당에겐 사지나 다름없는 종로에 죽을 각오로 뛰어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종로가 대첩의 전승지가 될지도 모른다. 이낙연 여당 후보 개인이 아니고 ‘무법왕 문 대통령과의 대결’로 내건 싸움의 명분이 심상찮다. 8일 간의 혹한 속 단식의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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