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대학·대형병원 응급실 폐쇄 잇따라…환자들 방문 기피
확진자 식당 운영 소식에 외식·숙박·예식·행사업계 예약 줄취소
"집 밖은 위험" 시민들, 위생용품·생필품 등 온라인 사재기 늘어

20일 포항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으로 파악된 코아이비과를 찾은 시민들이 엘리베이터에 붙여진 알림표를 보고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당분간 병원에 약 받으러도 가지 말아야겠다.”

20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인근에서 한 여성이 함께 걸어가던 아들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앞서 병원에서 진료받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경북대병원을 다녀갔다는 사실을 들어서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던 그녀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라며 최근 확산하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병원을 찾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지역 내 대학·대형병원 응급실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잇따라 폐쇄되자 병원을 내원한 환자들은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날부터 폐쇄됐던 병원 응급실이 차례로 개방될 예정이지만, 환자들은 병원 방문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병원뿐만 아니다.

시민들은 대형유통매장, 식당가, 카페 등 유동인구가 많거나 자체식기를 사용하는 공공장소도 피하는 추세다.
 

20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인근 도로가 평소 퇴근시간 모습과 다르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이 도로 인근 삼성화재 빌딩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한 것으로 확인돼 폐쇄됐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외식·숙박업계 예약 줄 취소 ‘직격탄’

코로나19 확산에 외식·숙박·예식·행사업계는 예약 취소와 환불이 급증하면서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오는 주말 예정됐던 돌잔치, 결혼식, 숙박 등 일정이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업계는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한 뷔페 전문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약금을 받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돌잔치, 결혼식 등이 예정됐던 고객들이 국가적 재난 사항에서 위약금을 받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대거 항의했기 때문이다.

결국, 업체 측은 ‘최소 행사 일주일 전 금요일까지 연락을 준다면 계약서 내용의 위약금 발생 없이 취소가 가능하다’는 공지를 띄웠다. 단, 계약금 환불은 불가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외식업계 역시 썰렁한 분위기다.

지난 19일 발표된 37번 확진자(영천시)가 경산시 진량읍 부기리에서 해물탕집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식당가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산시 옥산동 한 삼계탕집 주인은 단체손님이 예약돼 있었는데 오전 10시쯤 확진자가 발표된 이후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K씨(65)는 “코로나19가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인근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제 실감이 난다”며 “노래교실 등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자제해야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산시는 37번 확진자가 운영해 온 진량읍의 식당을 폐쇄하고 식당종사자 역학조사 및 자가격리조치, 질병관리본부와 영천시 등과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영천시 역시 지역 식당가 예약이 줄 취소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 19 확진자 발표 이후 시내 식당가는 저녁 식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텅텅 비어 썰렁하기까지 했다.

시내 식당 주인들에 따르면 “아침 일찍부터 예약 취소 전화가 오는가 하면 확진자가 발표된 오전 10시 이후에는 줄줄이 예약을 취소하는 연락이 와 답답하다”며 “몇 일간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이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식당 주인은 “안 그래도 그동안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어려웠는데 이번 코로나19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님이 하나도 없어 폭탄을 맞은 듯 조용하다”고 말했다.

영천외식업지부 관계자는 “오늘 확진자 발표로 식당 예약이 60%가량 취소되는 등 사태가 심각할 뿐 아니라 회원들이 식당 문을 당분간 닫아야 하는지, 식당 방역을 해주는지 등 각종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식당 주인들과 시민들이 처음 겪는 일이라 서로가 우왕좌왕하고 있어 지부에서는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로 시민들이 집 밖 출입을 꺼리는 데다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의 경우 시민들 의식이 박혀 회복하기 힘들다”며 “지금은 모두가 어렵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조금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주지역 한 호텔 역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객실 예약자들의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루에 10건 이상씩 취소 문의 전화가 걸려오는 실정이다.

보문단지 입구에 위치한 펜션 단지도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상황을 맡고 있다. 이 지역이 숙박업체 밀집지역으로 인기를 끌면서 예년 같으면 주말이나 휴일의 경우 예약 손님들로 넘쳐 났지만, 최근 3~4주 전부터는 대부분 방이 텅 비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후 국내 40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된 서울 성동구 이마트에 임시휴점 안내문이 놓여 있다.이마트는 이날 오후 2시 10분부터 매뉴얼에 따라 성수점에서 고객 안내방송을 시작했고 휴점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연합

△썰렁한 유통업계…온라인 매출은 껑충

전날 찾은 수성구 한 대형마트 분위기는 한산했다.

당시 온라인상에 떠돌던 47번째 코로나19 확진자 이동 경로와 관련된 유언비어에 속한 곳이다.

마트 한 직원은 평일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손님이 절반 이상 줄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장을 다녀갔다는 헛소문에 주말 손님마저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20일 오후 찾은 포항 죽도시장도 역시 분위기가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체 관광객을 태우고 온 버스 차량 주차를 전담하는 한 공영주차장 관리 요원은 “평소 같으면 적어도 관광버스가 20~30대가량 오는데 오늘은 소형 버스 1대가 달랑 왔다”며 “오는 사람이 없어 버스 주차장이 텅텅 비고 썰렁하다”고 했다.

김외준 죽도수산시장 상인회장 역시 “사실과 유언비어가 섞인 흉흉한 소문이 돌다 도니 시장에 사람이 없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발발한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급감(평소 대비 최대 30∼70% 감소)했던 관광객과 손님이 지난 주말 소폭 회복됐는데 다시 경북·대구에 코로나가 퍼지면서 앞으로가 큰일이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전파 우려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꺼리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급감한 반면 온라인 매출은 크게 늘어 대조를 보였다.

홈플러스 죽도점 19일 기준 오프라인 매출은 10% 이상 감소한 반면 온라인 매출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마스크, 손 세정제, 비누 등 위생용품을 비롯해 생수와 라면, 즉석밥 등 생필품 배달 물량이 껑충 뛰었다.

홈플러스 죽도점 관계자는 “매장을 찾는 손님은 크게 줄었다. 반면 죽도점뿐 아니라 홈플러스 대구지점의 경우 3일치 물량이 19일 하루에 다 나갈 정도로 온라인 매출이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경북·대구 지역 이마트 매장의 최근 매출은 보합세를 유지 중이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 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불안심리가 크게 높아졌다”며 “라면·생수 같은 생필품을 구입해 집 밖을 덜 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포항점은 메르스(2015년 5∼6월) 때보다 매출이 3%나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포항점 관계자는 “지난 주말 약간 회복 조짐이 보이다가 31번 확진자 이후 손님이 크게 줄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울상 지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찾는 고객 발길이 너무 줄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소소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사태가 안정화 되길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은 “아무래도 외출·모음 등이 위축되면서 관련 소상공인은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3월 재개장을 추진하는 중앙상가 야시장 등 다양한 부분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다만 “지역 경제 근간은 ‘철강’이라는 점과 단체활동이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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