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생필품 매장 제외하고는 발길 '뚝'

20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인근 도로가 평소 퇴근시간 모습과 다르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이 도로 인근 삼성화재 빌딩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한 것으로 확인돼 폐쇄됐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20일 사무실에 출근한 A씨(42)는 인사를 하자마자 주변 동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동료들의 시선은 A씨의 입으로 몰렸다. 그때 서야 A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곧바로 차에 두고 온 마스크를 찾기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마스크를 쓰고 사무실로 들어오자 동료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A씨는 “운전 중 잠깐 마스크를 벗었는데 깜빡하고 사무실로 올라갔다”며 “동료들의 시선이 좀 야속하기도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바로 수긍했다”고 멋쩍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를 강타하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대구에서만 총 3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19일부터 자고 일어나면 10명 이상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최초 확진자가 다중이용시설을 활보하고 다닌 만큼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여기에 해당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확진자로 판명되고 있어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구시도 외출자제를 당부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 지면서 일상자체가 깨지고 있다.

외출할 시 마스크는 필수가 됐으며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하차하는 곳까지 눈총을 견뎌야 한다.

직장인 점심도 단체로 먹기보다는 소수의 인원으로 나눠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도시락을 지참하고 회사 내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으로 철저하게 막겠다는 뜻을 풀이된다.

함께 먹더라도 같이 떠먹는 찌개류의 주문은 거의 사라졌으며 탕 등 개인적으로 나뉜 메뉴를 선호하고 있다.

자연히 중구 동성로와 수성구 들안길 등 지역 주요 식당가는 시간에 관계없이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저녁 단체 회식도 사라져 해가 지면 더욱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직장인 B씨(34)는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자녀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회식 등은 모두 취소됐으며 회사에 있는 시간도 줄이기 위해 되도록 일찍 퇴근한다”고 전했다.

약국과 생필품 매장을 제외하고 의류 등 소비재 물품을 취급하는 매장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중구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C씨(65·여)는 “최근 2~3일 동안 하루에 손님이 1~2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당분간 문을 닫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확진자들이 찾았던 시설들이 폐쇄되는 것도 불안감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물론 동구보건소, 달서구상수도본부, 두류수영장, 두류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문을 닫았다.

이와 함께 주요교차로 빌딩도 폐쇄되는 등 곳곳에서 폐쇄된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물 불빛까지 사라지면서 밤이 되면 더욱 어두워져 스산한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한 시민은 “사건 사고가 많아 ‘고담대구’라는 불명예를 이제야 벗어나는 듯 했는 데 이번 일로 대구 이미지가 더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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