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40대 "확진 판정 고열 환자에 병실 부족 핑계 ‘타이레놀 6알’ 두고 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곳으로 알려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21일 오후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정부의 감염자 관리와 방역 대책에 구멍이 뚫렸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현재 심한 고열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는 환자를 보건소 측이 병실 부족을 핑계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 경산시에 거주하는 C 씨(48·여성)는 지난 20일 경산보건소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

C 씨는 앞서 가족 중 언니가 확진자로 판명되고 자신도 고열이 심하자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 119 등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검진 장소 문의와 이송을 요청했다.

하지만 관계 당국은 서로 관할이 아니라며 떠넘겼고(보건소는 119로, 소방서는 보건소로), 연락을 기다리다 지치고 건강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C 씨는 19일 오후 자신이 직접 경산보건소를 찾아 검진을 받았고 20일 오후 2시께 보건소로부터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C 씨는 고열이 심하고 집에 함께 거주하는 가족(딸 2명, 아들 1명)들의 전염을 우려해 병원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건소 측은 “병실이 부족해 순서가 될 때까지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기다려라”는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 상태가 악화된 C 씨는 보건소에 다시 연락해 “입원이 늦어지면 약이라도 처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의사 처방이 없으면 약을 줄 수 없다. 병실을 구하고 있다.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후 C 씨가 거듭 고통을 호소하자 보건소 측은 몰래 직원을 보내 “집 앞에 타이레놀(6알)을 두고 가니 찾아가라”는 문자를 남겼다.

특히, C 씨는 둘째 딸이 기침을 심하게 해 “검사를 받았으면 한다”고 보건소에 연락을 취했지만, 이날까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확진자의 상태가 악화되고 가족들까지 전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면서 정부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산보건소 관계자는 경북일보와의 통화에서 “확진자는 음압병실로 가야 하는데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해 병상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며 병상관리는 경북도에서 배정한다”며 “현재는 김천의료원으로 배정을 받고 있는데 (병실이 부족해) 모두 이송 못하고 순서에 따라 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족들의 전염에 대처하기 위해 조만간 담당 공무원을 파견해 발열 체크와 물품(마스크, 손 소독제, 체온계 등) 배부, 자가격리 수칙 안내 등 1대1 매칭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자가 격리자가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확진자에 대해서는 접촉자와 이동 경로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한꺼번에 확진자가 160여 명이나 발생하다 보니 병실이 많이 부족하다”며 “현재 포항·김천·안동의료원의 입원 환자들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며 오는 28일까지 이들 병원을 모두 비워 코로나19 확진자를 빨리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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