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정경부장
이종욱 정경부장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코로나19가 1개월이 지난 시점인 20일부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창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러스란 것이 에어졸 형태로 바람을 타고 전염될 수도 있겠지만 그간의 상황을 지켜보면 ‘나는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각종 사고가 나면 반드시 따라붙는 단어가 ‘인재(人災)’이듯 이번 코로나19 창궐사태 역시 인재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확진자를 살펴보면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신천지 교회 교인들도 피해자라는 항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31번 환자는 교통사고로 입원을 한 뒤 의사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며 검사를 권유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입원 기간 중에도 수시로 병원을 나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 기간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가 됐는가는 누구도 추정하기 어렵다.

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많은 사람이 확진됐다는 것도 문제다. 환자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병동이니 근무자나 면회자 등에 의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병원 측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이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구미지역 확진자의 사례는 우리 모두가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 확진자는 지난 22일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그는 이 글에서 “평소 알러지성 비염을 앓고 있었기에 코로나19 발생 이후 더욱 커진 불안감에 손 소독제를 휴대하며 수시로 소독했으며, 집에서도 손소독 및 바우젠 소독을 하는 한편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도 손으로 터치하는 일이 거의 없을 만큼 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9일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 관련 경로를 알게 된 뒤 바로 자가 격리 및 보건소 신고를 했으나 일반 병원으로 가라고 해 20일까지 마스크를 낀 채 집 안에만 있다가 20일 저녁 미열과 두통이 발생해 21일 신고 후 선별진료소를 방문했고, 검사를 의뢰한 뒤에도 집에서만 마스크를 낀 채 있었다”며 지난 16일 이후 자신의 동선을 밝혔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감염으로 이웃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누가 될까 두렵다”면서 자신의 신상정보 등을 퍼트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글이 아파트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이 아파트 주민들은 ‘힘내서 얼른 쾌차하라’는 격려의 말을 남겼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질 터이지만 그는 자신의 상황과 행적을 정확히 알림으로써 이웃 주민들에게 자신으로 인한 또 다른 감염 위험성을 낮춰줄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확진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줄 알면서도 정확한 동선을 공개한 것은 참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잘 알고 있다시피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특정인에게만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지위고하 누구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든 전파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지금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나의 이익과 권리를 앞세우기보다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민의식을 실천하는 게 아닐까 한다.

이종욱 정경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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