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호기심 석공예 장인으로…돌 향한 열정과 도전

이창호 장인
“돌에 혼을 불어넣는 것, 그것이 곧 장인정신이다”

투박하고 거친 돌이 그의 손을 거치면 예술작품이 되고 새로운 문화가 된다. 30여 년을 석공예란 외길을 걸어온 ‘조각하는 사람들’ 이창호(55) 대표. 그는 2019년 경상북도 석공예 최고 장인으로 선정됐다.

국도 3호선을 따라 상주시에서 문경시 방향으로 20여 분가량 가다 보면 도로변 문경 경계지점에 큰 돌과 대형 조형물이 있는 석공예 작업장 ‘조각하는 사람들’이란 석촌이 보인다.

깨끗하고 넓게 자리 잡은 작업장에서 오늘의 주인공 이창호 최고 장인을 만났다.

보기 좋게 기른 수염과 날카롭고 예리해 보이는 눈매, 웃으면 생기는 눈가 주름 등 한 눈에 봐도 예술가인 이창호 장인은 어떻게 석공예에 발을 들어 놓았냐는 질문에 소탈하게 웃으면서 이야기 주머니를 열었다.

그는 “상주시 이안면 양범2리에서 6남매 장남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공부보다는 남다른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아버지의 애장품이었던 망원경과 라디오, 옷장형 TV까지 분해 조립으로 망치기를 수십 번, 부모님 입장에서는 정말 말썽꾸러기 개구쟁이 아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창호 장인이 야외 작업장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석조각의 입문.

어릴 때 시골 동네 골목골목에 흔했던 돌과 자연을 소재로 만들기를 좋아했고 흙담 벽에 조그마한 공간만 있으면 숯으로 그림을 그리곤 했다.

함창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수업 후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친구들이나 마음에 언짢은 선생님의 얼굴을 풍자해 칠판이나 노트에 해학적인 감정을 표현하곤 했다.

그러던 고등학교 1학년 어느 날 미술 선생에게 들켜 미술부에 들어갔다. 이것이 계기가 돼 1985년도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에 입학하게 됐고 석조각과 비구상, 목조각 등 5가지의 다양한 조각을 경험한 후 3학년부터 돌에 매력을 느껴 석조각을 전공하게 됐다.

졸업 후 기술 직업 전문학교와 사립 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나 작업에만 빠져있는 모습을 본 석조각 담당 교수께서 함께하자는 제안에 교수님의 작품을 선배와 맡아 하게 되면서 대구문화예술회관 조형물과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위령탑, 경주문화 엑스포, 김천 충혼탑 등의 작품활동 경험을 쌓게 됐다.

이후 1999년도에 고향인 상주로 내려와 2000년 1월에 석재 제조업으로 ‘조각하는 사람들’이란 사업장을 열면서 다양한 석재 종류에 따른 돌에 대한 특성을 몸소 익히기 시작했다.

당시 지역 내에서 조각을 전공해 사업장을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었고 경북과 대구에도 몇 안됐다. 그가 하고 있는 작품들은 비구상적인 추상물들과 창작활동을 비롯해 돌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제작할 수 있다.

조각하는 사람들 석촌 야외 전경
△왕성한 작품활동과 재능기부로 석공예 및 문화예술 발전에 노력.

어쩌면 돌과 인간과의 관계는 구석기 시대 때부터 시작해 밀접함을 알 수 있다. 돌이 인간의 생활수단으로 쓰이다가 오늘날엔 조각품으로 승화했으며 역사유물 중 돌로 만든 작품들이 무수히 많이 오늘날에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듯이 이창호 장인은 돌과의 인연을 맺은 후 왕성한 작품활동을 계속해 왔다.
상주시 함창읍 마을미술 프로젝트 조형물.
그는 경북도청 개관 기념전과 한국 조각의 흐름 야외조각 초대전, 낙동강 설치미술제, 대한민국 비엔날레 초대전, 문경새재 아리랑 기획 초대작가전, 한중 우수작가 초대전, 문경 세계 군인체육대회 개최 기념 초대작가 야외조각전 기획, 문경새재 기획 초대 이창호 야외 조각전, 낙동강 유역 조형물 설치전, 대한민국 미술축전, 형상의 파장 조형설치 작품전, 경북 우수작가 초대전 등 200여 회의 기획 초대전을 가졌다.
이창호 장인이 조각한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 조형물.
또 전국 미술대전 공모전 등에 출품하면서 경상북도 미술대전 대상과 대한민국 미술대상전 대상, 세계 창작 탈 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 및 최우수상, 경상북도 미술대전 초대작가상, 경상북도 예술상 등 상도 엄청나게 많이 수상했다.

특히 경상북도 미술대전에서 초대작가로 활동하면서 2006년도부터 2015년까지 9년간 조각분과 위원장을 맡아 조각에 대한 저변확대에도 힘써 왔다.

또 현재 문경 미술협회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초대작가로 다양한 작품활동을 통한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정서함양과 문화예술로 더 많은 행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도 구슬땀을 흘려 왔다.
문경 STX리조트 조형물.
그의 작품은 영덕 조각공원과 퇴계 기념공원 시비 조성, 문경새재 청소년 수련시설 상징 조형물, 문경새재 생태공원 내 조각공원 조성, 문경 어린 왕자 야외 갤러리 조성, 한국 수력 예천 양수발전소 준공기념 조형물, 상주 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천년나무 조형물, 경북도청, 함창 마을미술 프로젝트 조형물, 문경 임란 의병기념비,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준공 기념 상징조형물, 경북 독립운동 기념관 조형물, 예천군 신청사 준공기념 상징 조형물 등 전국에 널려있다.



△가족이 모두 미술가.

이창호 조각가는 온 가족이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어 화제다. 부인 김미영(51) 씨는 문인화로 경북 미술대전 초대 작가고 딸 차영(26) 양은 지난해 7월 경상북도 미술대전에서 조각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아들 성규(24) 군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가 군 복무 중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장인 가족으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각하는 사람들 석촌 작업장 내부 모습
△후진양성과 앞으로의 계획.

요즘은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전국의 공예고등학교도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대학도 조소과를 지원하는 학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졸업 후에도 수년의 현장실습 경험이 없이는 숙련 기술을 익히기가 힘든 것이 석공예다.

이런 현실에 그는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현재 ‘조각하는 사람들’이란 사업장을 공방 및 갤러리, 조각공원 등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공간을 지역 조각가들과 함께 작품활동과 전시로 석공예뿐만 아니라 조각 전반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며 조각가와 만남의 장, 심포지엄 등 학생들이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한 기능적인 실습과 체험으로 조각의 이해도와 사고의 폭을 넓히는 후진 양성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창호 최고 장인은 “지역민들이 쉽게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많은 작품활동을 하면서 석공예 발전과 후진 양성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더욱더 연구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성대 기자
김성대 기자 sdkim@kyongbuk.com

상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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