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 수 평소보다 절반 이상 줄고 줄서던 식당도 '썰렁'

23일 포항시 남구 대잠동 한 예식장에 한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예식장도 코로나19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3일 낮 12시 30분께 대구의 한 예식장.

결혼 성수기는 아니지만 평소 피크 시간대는 넘쳐나는 하객들로 붐비던 곳이다.

평소 같으면 예식장 주차장은 물론 주변 골목길도 결혼식 참석을 위한 차량으로 제대로 운행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날 예식장 주차장은 눈에 띌 정도로 빈 자리가 많았다.

하객들로 가득 찼던 1층 로비도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하객들을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위층 본 식장도 예식이 같은 층에서 진행 돼 평소 같으면 많은 하객들이 엉켜야 하지만 하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예식장 건물 입구부터 손 소독이 이뤄졌으며 식장 앞에서도 직원들이 손 소독기를 들고 다니며 하객들을 대상으로 손 소독을 했다.

가장 하객들이 몰리는 식당은 식사를 하는 하객들이 거의 없었다.

식사를 하지 않다 보니 답례품 창구만 하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예식장을 찾은 하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사진 촬영을 할 때 잠시 벗을 뿐 곧바로 착용했다.

A(39)씨는 “최소 3개월 전에 예식장 예약을 하는 만큼 친구 잘못이 아니지 않나”며 “평소 같으면 아내와 같이 와서 축하해 줬겠지만 혼자왔다”고 전했다.

또 “평소라면 예식 후 친구들끼리 따로 모이겠지만 이날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예식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예식장 관계자들은 평소보다 절반 이상 하객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예식 취소를 문의하거나 실제 취소로 이어지는 예식도 최근 급속도로 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수료·위약금 등 분쟁이 없지 않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최대한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 예식장 관계자는 “다음 달 중순까지는 비수기가 맞지만 평년에 비해 모든 것이 줄어들었다”며 “4·5월 성수기를 위해 이번 달부터 상담이 이뤄져야 하는데 찾는 예비 부부가 많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포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약 1주일 앞둔 정모(28)씨는 한 달 가량 고민의 연속이다.

포항에서 확진자들이 속속 추가되는 가운데 평생 한번 뿐인 친구의 결혼식을 두고 참석해야 할지, 축의금을 계좌이체 해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

정씨는 “예비 신랑인 친구는 참석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며 “막상 결혼식을 가려고 하니 걱정이 앞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2일 포항 곳곳 예식장들의 주차장도 주중 가장 바쁜 토요일답지 않게 빈 자리가 많았다.

같은 날 정오께 남구의 한 예식장에는 3개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으나 하객들의 수는 모두 합쳐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신랑·신부 측 가족들에게 축의금을 전달하고는 서둘러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결혼식에 참여한 하객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결혼식이 끝난 뒤 식당보다는 주차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많았다.

예식장 및 결혼식 관계자는 “결혼식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예식 규모를 줄이고자 하는 문의는 자주 받는다”며 “실제로 하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어려운 상황인 만큼 예비 부부들과 최대한 원만히 협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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