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에 나선 권영진 대구시장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서다. 권 시장은 “전혀 들은 바 없다”며 당황해했다. 그는 “전국적 차원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서는 가슴 아프지만 우리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대구 자체를 봉쇄할 수 있겠느냐”며 애써 담담해 했다.

‘우한 폐렴’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했던 정부가 보도자료에 ‘대구 코로나’라는 말을 사용해 대구시민들에게 상처를 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치권에서 또다시 지역민들의 오해를 살만한 발언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5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하면서 확산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대구·경북은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 조치를 시행해 확산을 조속히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대구시민들은 “의학적으로 방역체계 단계의 의미로 ‘봉쇄’라는 말을 썼다 하더라도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모르느냐”고 지적했다. 김부겸 국회의원도 SNS를 통해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봉쇄조치’라는 표현이 사용돼 불필요한 논란이 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는 대구·경북 시·도민의 심정을 헤아려 불안감을 더하고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는 어떠한 언행도 일절 삼가 줄 것을 호소 드린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자 민주당은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한다는 의미는 방역망을 촘촘히 해 코로나19 확산 및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의미하며, 지역 출입 자체를 봉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 당정청의 ‘최대한의 봉쇄조치’ 표현이 지역적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19의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어제(24일)도 강조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섣불리 정치권에서 쉽게 이야기하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