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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원·개학연기 등 돌봄 공백에 '발동동'…맞벌이 가정 걱정 늘어
휴원·개학연기 등 돌봄 공백에 '발동동'…맞벌이 가정 걱정 늘어
  • 남현정 기자
  • 승인 2020년 02월 25일 21시 5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26일 수요일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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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지역 코로나 확진자수 늘며 유치원 휴원·개학 연기
축소된 긴급돌봄 등 장기화에 뾰족한 대책 없어 학부모 근심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어린이집 입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수원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5번째 확진 환자가 수원에서 발생함에 따라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의 안전을 위해 관내 1천61개 모든 어린이집에 3∼9일 휴원 조치했다.연합
4살·6살 두 자녀를 둔 워킹맘 A(39·포항시 북구)씨는 최근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다.

지난 20일 포항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어린이집 휴원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20일과 21일은 부부가 번갈아 연차를 쓴 뒤 주말을 보냈지만, 지난 24일부터는 아예 보따리를 싸서 근처 친정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A씨는 “다행히 근처 친정 식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종일 집에만 갇혀있을 아이들 걱정과 친정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긴급보육 신청도 고려해 봤지만, 4세 확진자가 어린이집에서 코로나에 전염된 사례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집 밖 출입 자체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친정부모님은 집에서 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고, 워킹맘과 워킹대디는 회사 연차까지 끌어쓰며 발만 동동 구르는 이중고”라고 푸념했다.

△ ‘긴급돌봄’ 가능하다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유치원·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돌봄 공백을 겪는 학부모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24일 경북·대구 지역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도내 673개 유치원에 대해 긴급 휴원 명령과 개학을 1주일 연기시켰다.

맞벌이부부가 개학 연기에 따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서비스는 교육부의 ‘돌봄교실’과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등이다.

교육부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돌봄교실’을 확대해 일과 중에도 아이를 봐주는 ‘긴급돌봄’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북교육청 역시 맞벌이 가정 자녀 등을 위한 긴급돌봄을 지원하지만, 이 마저도 지난해 연말 143개 원에서 117개 원으로 축소된 상태다.

긴급돌봄을 원하는 학부모들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개별적으로 연락해야 하며, 이 기간 수업은 따로 없고 ‘돌봄’만 받을 수 있다.

유치원 교사들이 근무하고 있지만 통원 차량을 따로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직접 아이를 등·하원 시켜야 한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양육공백이 발생한 만12세 이하 아동의 가정으로 아이돌보미가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돌봄 서비스를 받는다 해도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낯선 보육교사가 자녀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이 꺼림칙하다는 이유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우리 아이는 유치원 졸업으로 긴급돌봄도 안되는 상황이라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는 김천 지역 한 워킹맘(43)은 “우리 지역은 아닌 것 같지만, 최근 아이돌보미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니 걱정이다. 2차 3차 감염을 생각하면 취소할까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6살 자녀를 둔 안동의 한 학부모(36)는 “시댁과 친정이 먼 곳에 있어 애를 맡길 곳이 없는데 회사는 쉬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긴급돌봄을 보내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교육청은 “돌봄 공백에 대비해 맞벌이 가정을 위한 긴급돌봄을 그대로 운영하는 한편 등원할 원생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며 “사상 초유의 전국적 개학 연기로 인해 불과 1주일 뒤 열릴 예정이었던 유치원 개학·입학까지 갑작스레 미뤄지면서 긴급돌봄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가정 보육도 만만찮아

봄방학 기간과 휴원까지 겹치면서 학부모들의 피로감 역시 누적되고 있다.

5세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한 전업주부 K(34·구미시) 씨는 “집에서 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는 것도 만만찮다”고 토로했다.

한창 뛰어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집에만 가둬두자니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교육 관련 놀이감·먹거리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K씨는 “어제는 아이들과 쿠키를 구워 아파트 아래층에 선물했다”며 “뛰어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다그치긴 하지만 종일 집에만 있으니 미안해도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지역 맘카페에서도 ‘외출은 꿈도 못 꾸는데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걱정이다’ ‘학습지 선생님이 집으로 방문하는 것도 찜찜해서 취소했다’ 등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정상적으로 개학해도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지만, 막상 미뤄졌다고 하니 ‘뭘 해 먹여야 하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등 갖가지 걱정으로 숨이 턱턱 막힌다”며 “하는 수 없이 ‘우리 아이 식단’‘엄마표 놀이’‘미술놀이’‘쿠킹’ 등을 매일 검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자녀 가정돌봄이 필요한 노동자에 연차휴가와 최대 10일의 가족돌봄휴가(무급)를 활용하도록 권장했지만, 노동자들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경주지역 공단 내 한 워킹대디(40)는 “아이들 보육을 이유로 연차를 길게 쓰기에는 회사에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계약직의 경우에는 퇴사 권고를 받을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고 했다.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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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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