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툭 떨어지는 빗방울
떡잎 휘청휘청하게 하고
하얀 발목에 흙탕물 뒤집어씌운다
세상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미리 일러주듯
나직나직 내려도 봄비 무겁다

툭 투둑 빗방울
유모차에 쌓인 골판지로 내리며
두리번 기웃 종이상자 찾는
늙은 허리 적신다
세상 골목 한쪽 오늘도 젖고 있다
봄비 가벼우나 누구에게는 무겁다



<감상> 봄비가 누구에게는 가볍게 여겨질지 모르나 누구에게는 무겁다. 골판지를 유모차에 싣고 가는 노파에겐 그 부피를 늘리고 삶의 무게를 가중시킨다. 중심에 사는 이는 봄비가 낭만적이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은 골목 한쪽이 다 젖는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 봄에, 중심에 서 있는 자들은 민생을 돌보기보다는 변명하고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민초(民草)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봄비는 꼭 보여줄 것이다. 봄비는 만물을 움직이니 얼마나 무거운가. 땅 속 깊이 뿌리에 물을 적셔 싹을 틔우고, 가지와 잎을 적셔 꽃을 피우지 않는가.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