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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아집과 재앙
[삼촌설] 아집과 재앙
  • 설정수 언론인
  • 승인 2020년 02월 27일 17시 3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28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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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로 보면 고개요/ 세로로 보면 봉우리다/ 멀리서 가까이에서/ 높은 데서 낮은 데서 각각 다르구나/ 여산의 참모습을 알 수 없는 것은/ 단지 내가 이 산 가운데 있기 때문이리라’ 여산(慮山)을 보고 읊은 소동파의 시다.

이 시에는 사물의 판단에 원근법칙이 잘 나타나 있다. 산속에 있기 때문에 산의 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전체를 보려면 한발 물러나 멀리서 봐야 한다. 그래야 나무가 아닌 숲이 보인다. 성공한 사람은 나무만 아닌 숲을 본 사람이다.

확정편향의 틀에 갇혀 한곳에 빠져 있으면 단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사만 보려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으면 그것만 확대돼 크게 보이고, 전체를 보지 못해 오판을 낳는다.

‘바둑이나 장기에서는 구경꾼이 고수다’라는 말이 있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 유단자이고 구경꾼들이 아마추어일지라도 구경꾼의 판단이 옳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바둑을 두는 당사자는 숲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숲 전체를 보지 못한다.

나라의 일도 마찬가지다. 아집에 빠진 통치자가 국민과 전문가의 훈수를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려 나라를 재앙에 빠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능한 통치자와 무능한 통치자의 갈림길은 숲을 보느냐, 못 보느냐에 있다.

뉴스위크지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평가한 적이 있다. “위기에 휘말리지 않았다. 일이 급할수록 한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여유와 침착성을 견지했다. 허둥댐이 없이 행동할 때와 심사숙고할 때를 분별할 줄 알았다.”

“훌륭한 통치자에겐 알지 못하는 길을 갈 때의 용기 역경과 위험에 처했을 때 냉정한 자세, 새로운 가능성을 앞세울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케네디의 충고다.

바웬사는 “정치 지도자의 이름은 사람들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좋은 상표 같아야 한다”고 했다.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바퀴 없는 자동차와 같다. 정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상황판단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통치자는 국민에겐 재앙이다. 숲을 볼 줄 모르는 통치자의 아집이 온 나라를 ‘코로나 재앙’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국민과 전문가의 훈수를 묵살한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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