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봄은 만물이 소생하고 생동하는 계절이다.

봄의 시작은 3월이다.

겨울을 맞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겨우살이에 들어간 식물들은 겉으로는 앙상한 모습이지만 안에서는 봄을 맞아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준비가 한창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물론 식물들 역시 보이지는 않지만 물, 영양, 햇빛 등을 쟁취하기 위한 가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학생들이 활동하는 학교에서도 예외 없이 일어나고 있다.

3월은 개학과 입학으로 학생들은 새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또 입학하는 자녀에 대한 대견함과 기대감으로 학부모들의 마음도 뿌듯한 시기이다.

그러나 3월의 교실이 아름답기만 할까?

학부모들의 마음 한 켠 에는 혹시 내 아이가 이른바 왕따 등 원활하지 못한 교우관계로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동반한다.

흔히 신학기에는 출신학교별 그룹을 지어 주도권 다툼으로 인한 싸움과 후배를 길들인다는 핑계로 언어폭력 등 폭행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다.

학년 초 학급편성 뒤 고개 들기 시작하는 학교폭력은 3월 한 달 간 탐색기를 거친 뒤 4월과 5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이 올 3월부터 적용되어 일선학교에서 시행된다.

어떤 사안이든 치료보다는 예방이 최선이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교내게시판과 가정통신문 등을 활용해 전담경찰관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리는 한편 범죄예방교실을 운영하는 등 학년 초에 예방조치를 적극적으로 펼쳐 학교폭력이 싹트고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한편, 가정에서도 아이가 이유 없이 학교 가기 싫어하거나 휴대폰이나 옷가지 등을 자주 분실하고 용돈을 과다하게 요구하는 경우 등 부모들이 세심하게 살펴보고 초기에 피해 사실을 확인하여 학교전담경찰과 협력하여 예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난 시절에 자동차 정비공장, 버스나 택시회사 또는 군부대 앞을 지나다 보면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란 표어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말이 학교폭력예방에도 진리다.

이 말의 주체는 남이나 환경 같은 외부를 탓하며 불평하거나 의존하기 전에 다부지고 간명한 언어로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일갈한다.

아무리 막연한 상황에서도 절대 막연하지 않은 의지, 군더더기 같은 현란한 형용사는 시나브로 사라진 것이니 이보다 더한 긍정과 적극성을 띤 생활밀착형 언어가 어디 있겠는가?

학생 스스로 자신을 닦고, 조이고, 기름쳐서, ‘학교폭력’이라는 부정어보다 ‘친구사랑’이라는 긍정의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꿈을 향해 전진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쳐도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혹독한 추위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봄은 노랑에서 연두를 거쳐 초록으로 이어지는 행진곡이다. 봄 향기 가득한 훈훈한 삼월의 교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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