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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국에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찬반 숫자 경쟁이라니
이 난국에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찬반 숫자 경쟁이라니
  • 연합
  • 승인 2020년 02월 27일 18시 4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28일 금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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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문재인 대통령 탄핵 찬반 경쟁 무대로 돌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 ‘중국 대통령인 듯하다’며 탄핵을 촉구하는 청원이 오르자, 국민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문 대통령을 응원한다는 ‘맞불’ 청원이 게시된 것이다. 지난 2일 올라온 탄핵 촉구 글은 27일 오후 5시 현재 청원 동의 109만 명을 넘겼고 전날 게시된 응원 글은 이틀 새 65만 명을 상회했다. 대한민국 공동체 전체가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비록 같은 소재를 매개로 한 갑론을박일지언정 비생산적인 갈등이 번지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청원 게시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앞세워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플랫폼이다. 국정 현안과 관련해 국민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정부와 청와대 책임자가 답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코로나 대응이 당면 최대 국정 현안이고 이 사안에 가장 무거운 책임을 가진 정치인이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인 점을 고려한다면, 탄핵 청원은 일부 국민의 불만 표시가 극대화한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국가적 재난 위기에 맞서 가장 큰 책임을 가지고 국정을 이끌어야 할 국민대표가 대통령이고 헌법이 그 절차를 엄격하게 규율할 만큼 대통령 탄핵은 천근만근의 무게를 가진 초대형 의제라는 점에 비춰볼 때 청원 제기의 시점과 목표 모두 부적절해 보인다.

더 문제인 것은 찬반 경쟁이 진영 간 증오와 배제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현시기 가장 필요한 것은 재난 대응을 위한 공동체의 협력과 배려인데도 말이다. 탄핵 찬반 숫자를 마치 운동경기의 스코어 중계하듯 보도하는 언론의 경박함에 영향받아 서로 손가락질하고 혀를 차며 시간을 낭비한다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4월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경쟁 세력에 맞서 자기 지지층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청원 게시판 동의 숫자로 판가름 난다고 보는 것 또한 큰 착각이니 소모적 대결은 지금이라도 당장 멈추는 것이 좋겠다. 다만, 청원 게시판이 일종의 신문고 성격을 가졌다고 볼 때 탄핵 촉구 동의가 100만을 넘긴 것을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최근 범여권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말실수에서 비롯된 급속한 민심이반 조짐을 직시해야 한다. 동의 숫자는 여권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어서다. 100만은 특정 진영의 의도대로 만은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다.

지난해 4월에도 북한의 핵 개발을 방치·묵인한다는 이유로 대통령 탄핵 청원이 올라왔지만, 동의 숫자는 25만명 정도를 기록했다. 이번 글이 20만 동의를 받기까지 20일 넘게 걸렸지만, 이로부터 채 이틀이 안 돼 80만가량 폭발적인 동의를 받은 것에서도 민심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 기간에 중국의 일부 성(省)과 시(市)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불만 여론을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민의 일상을 힘들고 지치게 만든 마스크 대란도 한몫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정부와 여당은 현 추세대로라면 동의 숫자가 100만을 훨씬 더 넘을 응원의 글에서도 힘을 얻어야겠으나, 그보다는 부족하다고 질타하는 여론을 무겁게 수용하여 끝없이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때마침 문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회동이 28일 열린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여러 쓴소리에 귀를 활짝 여는 것이야말로 국민청원에 대한 사실상의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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