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대상 '착한 임대료 운동' 화재…경주·안동 등 지역 사회 잇단 확산
손종렬 전 경주JC회장, 전부 면제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내 착한 임대인 (동구착!)관련 사진.

“임차인이 있어야 임대인도 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가 건물 입주 상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임대료를 할인·면제해 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이 속속 확산되고 있다.

대구 달서구 호림동 한 건물주인 강태구 씨는 이달부터 2달 동안 임대료의 30%를 삭감하기로 하면서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건물에는 총 15개 의류업체가 입점해 있는데, 최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 명의 손님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잠정적으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단축근무에 돌입했지만, 경영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 씨는 전했다.

강 씨는 의류업계 비수기 때마다 임대료를 내리기도 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재난이라며 임대인도 임차인이 있어야 존재하는 만큼, 임대료를 삭감하는 것은 상생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임대료로 생활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역 사회가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라며 지역 사회 곳곳에서 더불어 사는 일들이 퍼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한 음식점 사장도 최근 건물주로부터 이달 임대료를 보내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

먹장어를 취급하는 이 업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월세 80만 원이 부담이었지만, 건물주의 배려로 힘낼 수 있다고 전했다.

세입자 김용옥(63·여)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장사가 말도 아니다”며 “한 달이라도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는 소식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 같은 소식이 지역 사회에 많이 홍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실시간 대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훈훈한 소식이 지역에 퍼지기도 했다.

당시 게시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십니까. 4지구 화재로 큰 피해를 봤는데, 또 세계적인 재앙으로 걱정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고통을 같이하는 의미에서 한 달 동안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문시장 한 건물주가 임차인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전날에는 대구 북구 한 건물주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라며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동안 전세관리비를 제외한 월 임대료를 20% 삭감하겠다’는 내용의 벽보를 붙인 사진이 돌면서 훈훈함을 전했다.

경주지역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함께 이겨내려는 착한 임대료 운동이 퍼지고 있다.

손종렬 전 경주청년회의소 회장이 본인 소유 건물의 임대료를 전부 면제해주는 ‘통 큰 결단’을 내려 화제가 되고 있다.

경주 시내 중심상가지역에 위치한 손종렬 전 회장의 건물에는 신발판매점과 미용실이 입주해있는데, 지속된 경기침체와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는 시민의 외부활동 자제 및 소비활동 위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급감하더라도 점포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다.

손 전 회장은 이러한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200만 원대에 이르는 임대료를 모두 면제해 줘, 세입자들이 어려움을 한결 덜 수 있었다.

이러한 임대료 인하운동은 경주 중심상가 연합회(회장 정용하) 차원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중심상가 연합회는 26일부터 350여 개 전체 회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주에게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들과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대료 인하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결과 27일 오전까지 중심상가시장 내 6명의 건물주가 총 13개 점포에 대해 월세를 평균 64% 정도 감면하기로 했으며, 13개 점포 중 5개 점포는 100% 감면키로 했다.

정용하 상인회장은 “최근 사상 최악으로 경기가 침체하는 데다 코로나19 여파까지 터져, 중심상가의 절반이 문을 닫은 상태”라며 “건물주에게 ‘임차인이 있어야 임대인이 있다’는 사실을 간곡히 설명 드리면서 임대료 인하운동에 동참해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자고 부탁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낙영 시장은 “자신의 이익 보다 세입자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린, 소위 ‘갑’의 아름다운 결단이 지역 상권의 상생발전을 위한 진정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동지역에도 착한 건물주 릴레이운동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세입자들에게 한 달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

지난 22일 시작된 이 운동에는 지금까지 5호점이 탄생,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호점은 안동시 안흥동 신시장에서 종묘사를 운영하는 A(59·여) 씨. 그녀는 최근 자신의 건물 세입자 3명에게 직접 찾아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라며 “한 달간 월세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A 씨는 세입자들에게 “힘내시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격려하며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피해가 큰 1층 상가 3곳의 세입자 모두에게 월세를 한 달간 받지 않기로 했다.

세입자들은 A 씨의 이러한 깊은 배려와 고마움을 널리 알리려 했지만, A 씨는 자신의 선행이 드러나지 않길 바랐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자 옥동 4주공 앞 효림빌딩, 안동역 앞 동문중고할인매장, 옥동 덕보식당, 옥동 소문난 맛집 등에서 건물주들의 릴레이운동이 이어졌다

영주시와 영주상공회의소도 ‘착한 임대인 운동’을 전개와 함께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시는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공설시장(93개 점포) 상인을 대상으로 사용료(월 700만 원)를 2개월 동안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영주시 ‘착한 임대인’ 1호를 자청한 차건철 영주시상인연합회장은 본인 소유 상가 월 임대료를 코로나19 종료 시까지 50% 낮추기로 했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민 모두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다 함께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포항시에서는 아직 코로나19와 관련한 착한 임대료 운동 소식이 쉽게 들려오지 않고 있다.

포항의 한 공인중개사는 “포항은 촉발 지진으로 상가 건물 가치 하락을 이미 겪었고 경기 침체까지 겹쳐 상가 공실 또한 많아 일부 지역은 임대료 하락이 이미 많이 반영됐다”라며 “코로나에 따른 임대료 추가 할인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지역의 상생 차원에서 ‘착한 임대료’가 포항에도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전재용·황기환·오종명·권진한·손석호기자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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