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알펜시아 국제학교스키대회 일방적 '참가 불허' 통보
학부모들 "코로나 유행 이전부터 강원도에서 준비" 차별 분통

제2회 서울컵 국제학생스키대회 안내.
서울스키협회가 오는 3월 1일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개최하는 제2회 서울컵 국제학생스키대회에 코로나19 확산 예방이란 명분으로 대구 출신 선수출전을 배제시켜 대구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서울스키협회는 지난 2월 5일 서울시체육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내 외국인학교 및 국제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 개최요강을 공고했다.

대회 공고가 뜨자 전국에서 모두 68명의 선수가 등록했으며, 이 중에는 대구출신 학생선수 7명도 포함됐다.

대구 출신 선수들은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일찌감치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훈련에 들어갔으며, 일부 선수는 지난 20일부터 아예 합숙훈련을 통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까지 강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6일 서울스키협회 측이 출전선수 대표학부모에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구·경북 선수들의 출전을 불허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협회 측의 통보를 받은 학부모들은 “출전선수들이 코로나19가 확산 되기 전부터 알펜시아로 와 훈련을 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데 왜 출전을 불허하느냐”며 “가족들이 경기장으로 갈 수 없더라도 그 동안 현지에서 훈련해 온 선수들만이라도 출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됐다.

협회 측은 27일 본지와의 대구 출신선수 출전 불허조치에 대한 질문에서도 “정부의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돼 경기위원회 회의에서 참가선수 및 경기임원, 참가자 보호를 위해 확진자 발생빈도가 높은 대구·경북 지역 참가자 및 경기임원, 관계자의 경기장 접근 및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또 “이번 대회는 국내 외국인(국제)학교 학생들의 스키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해 만든 친목 동호 성격의 대회로, 다수의 참가자가 대회 개최를 희망함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부모 측은 “선수들이 지난 20일부터 현지에서 숙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협회 측의 답변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른 대회는 아예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데 유독 이번 대회만 대구·경북 선수를 제외한 채 강행하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학부모는 “과거 일부 권력층 자녀의 스펙쌓기를 위해 특정대회를 만들었던 것 처럼 이번 대회 역시 그런 뒷배가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 했다.

학부모 A씨는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결석까지 해가며 강훈련을 받아 온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지금이라도 협회 측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서울시체육회, 대한스키협회 등도 서울스키협회의 처사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체부가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어서 직접 관여할 수 없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구·경북 선수들에 대한 출전제한 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면 대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 대한스키협회 역시 이번 대회 개최 사실 조차 파악하지 못하다 본지가 취재에 나서자 “말도 되지 않는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서울스키협회는 당초 대회 요강에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가 후원하는 것처럼 공고했으나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며, 협회 측은 이날 오후 부랴부랴 대회 요강을 수정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협회는 “대회 기획준비단계에서 스폰서 제안을 하기위해 준비했으나 스폰서 유치가 되지 않아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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