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결국 사람이 전달해야"…올바른 시민의식 당부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구 한 통장의 딸이라고 소개한 글쓴이가 대구지역 마스크 배부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게시했다. 국민청원 캡처
대구시가 앞서 확보한 마스크 200만 장을 배부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각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해 마스크를 전달받은 이·통장들은 마스크를 배부하는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고, 비대면으로 배부하는 지역에서는 마스크 절도 사건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지자체로부터 마스크 배부 업무를 전달받은 대구 달서구 한 통장이 28일 “통장들이 총알받이냐”며 황당한 심정을 내비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과 주민 안전을 위해 마스크가 공급됐지만, 실제 배부업무가 통장들에게 주어지면서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감출 수 없어서다.

통장 A씨는 “구청에서 나눠준 주민 명부에 신천지 교인이 있는지, 자가격리 조치를 받은 주민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마스크를 배부한 후 명부에 주민의 성명이나 서명을 받으라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마스크를 배부하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성토했다.

10매씩 묶음으로 된 마스크를 2매씩 나눠 배부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위생 장갑을 착용한 채 주민들에게 배부할 마스크를 개별포장하라는 것인데, 실제 배부하는 과정에서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1매씩 포장된 마스크를 배부하는 곳도 있다. 동별로 상황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마스크를 받는 주민 입장에서 구청 우편봉투에 포장해 나눠주면 밀봉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도대체 코로나 마스크 배부는 누구를 위한 배부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대구 한 통장의 딸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대구에 계신 부모님 걱정으로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며 속이 타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청원게시 당일 부모님이 사는 동사무소 직원이 통장 임무라며 직접 집 앞까지 찾아와 마스크 배부 안내 유의사항과 함께 마스크를 전달하고 간 상황이라며 △마스크 배부 후 명부에 주민 성명기재 및 서명 확인 △수령명부 개인정보 노출 주의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안내·신속배부 △위생 장갑 착용과 함께 세대마다 2매씩 정중하게 전달 등 부모가 전달받은 유의사항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장은 대구 시민이 아닌가. 통장은 코로나19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느냐“며 “쓰레기봉투 나눠주는 일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나”고 비판했다. 글쓴이는 특히 “부모님은 ‘마스크 분실 시 통장님이 책임지셔야 합니다’라는 말까지 전해 들었다”면서 마스크 배부 명단에 있는 주민들이 자가격리대상자나 신천지 교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통장들에게 책임과 대면배부를 요구한 지자체 대처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현재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 많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은 저 또한 타지에서 너무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만, 이런 식의 마스크 배부는 또 다른 슈퍼전파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꼭 인지하길 바란다”며 “어리석은 대처는 두 번 다시 없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10매 묶음으로 된 마스크를 개별포장해 배부하려 했던 달서구청은 28일 포장 배부를 중단하고, 1매씩 포장된 마스크만 우선 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 주민 명부에 신천지 교인 등에 관한 내용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지침에 따르는 만큼, 정부에서 확인해 주민 명부를 갱신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마스크 배부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비대면 배부를 진행했던 북구청은 ‘마스크 도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비대면 마스크 배부를 진행했는데, 지역 내 아파트 한 동에 마스크가 몽땅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면 배부는 코로나19 감염, 비대면은 절도 문제가 있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구시는 마스크 배부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최우선은 마스크 착용과 손 세정이라며 비상시국인 현시점에서는 공무원과 이·통장들의 노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우편과 택배를 활용하더라도 마스크 전달은 결국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전달해야 한다면 신분이 명확하고 시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과 이·통장이 마스크·장갑을 착용한 후 배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며 “마스크 배부 과정에서 해당 주민이 자가격리대상인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후 배부하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비대면으로 마스크를 배부하는 곳은 해당 지역민들이 올바른 의식을 발휘해 각자 할당된 몫만 가져가도록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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