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입원 대기 중이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사망했다. 의료 전문가들이 확진자들을 자가격리 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여러 번 경고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나서서 서울과 경기 등 지자체에 병상 지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동분서주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역량이 집중돼 있는 서울 경기도가 지원 요청에 난색이다. 수도권 자치단체장들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눈치를 보면서 병상 지원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민의 생명이 위태로운 중대한 국가 재난 상황이다. 전시와 다름 없는 엄중한 시국이다. 이런데도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을 두고 흥정하듯 하고 있다. ‘마스크 문제 하나 해결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이 방치되고 있는데 정부는 뭐하나’하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3번째 사망자는 지난달 25일 확진자 판정을 받았지만 입원 병상이 없어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결국 이틀 만에 숨졌다. 고령인 데다 과거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는데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60대 여성인 14번째 사망자 역시 자가격리 돼 있다가 증상이 나빠져 결국 숨진 뒤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21일에는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있던 확진환자가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의 부산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졌다. 목숨이 경각인데도 30분 이내 거리의 대구에서는 병실을 구할 수 없었다. 세 사람 모두 제 때 치료를 받았으면 죽음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으겠다고 했지만 국가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경북은 특별관리지역으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부족한 병상 문제를 지자체에만 맡겨놓은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대구시가 입원 대기 중인 확진자들을 진단해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신속히 입원치료 시켜서 집에서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병상 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이날 오전 9시까지 대구 전체 확진자가 2569명인데 입원자는 898명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자가격리 상태에서 입원 대기 중인 환자가 1661명이나 된다. 이처럼 대구시가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서도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국민의 목숨이 달린 문제를 대구시에만 맡겨두고, 다른 지자체와 협상이나 거래를 하듯이 하게 해서 되겠는가. 국민이 죽어 나가는 전시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정부가 강제력을 발휘해서 전국의 병상을 확보하고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더 이상 방치된 상태에서 국민의 소중한 목숨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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