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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코로나 19’와 카뮈의 ‘페스트’
[데스크 칼럼] ‘코로나 19’와 카뮈의 ‘페스트’
  • 곽성일 편집부국장
  • 승인 2020년 03월 01일 16시 0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02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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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편집부국장
곽성일 편집부국장

‘도시는 신종 코로나로 정적에 갇혔다. 붐비던 도로는 한산해 길을 잃었다. 시민들의 유쾌한 일상적 언어는 생기를 잃고 마스크 뒤로 숨어들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와 경북에 창궐해 도시를 휩쓸고 있다. 도시의 거리는 인적이 끊기고 숨죽이듯 조용하다.

최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인간의 자부심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백신’이라는 대응무기를 갖지 못한 인간은 무방비 상태에서 바이러스에게 자비심을 구걸하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인간이 인간을 소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는 갖고 있으면서 정작 동물 바이러스에겐 속수무책이다.

동물과 식물, 자연과 공존하지 않고 인간만이 고등생물이라는 오만함이 빚은 탐욕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매일같이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쓰면서 전염병과 인간의 사투를 그린 알베르 카뮈의 책 ‘페스트’가 떠올랐다.

1940년 가공스런 페스트가 휩쓸기 시작한 북아프리카의 항만 도시 오랑. 비극은 한 의사가 계단에서 죽은 쥐 한 마리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도시는 급속도로 퍼져가는 페스트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고 기능을 상실한다.

대재앙 앞에 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다 다르다. 중요한 등장인물인 기자와 신부, 의사, 평범한 시민은 각기 역병을 방관하거나 초월적 태도를 보이거나 비겁하게 숨거나 투쟁을 선택한다.

카뮈는 페스트라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5가지 인간을 보았다.

첫째는 자신의 원칙과 정의를 위해서라면 타협이라고는 없는 사람(리유), 두 번째는 리더를 믿고 따르며 묵묵히 맡은 바 일을 책임 있게 실천하는 사람(타루와 그랑), 세 번째는 반대편에서 어떤 계기 돌아서는 사람(랑베르, 오통 판사), 어떤 악천후 속에서도 돈을 버는 사람(곤잘레스), 남의 고통을 행복으로 여기는 절대 악인 (코타르)

‘페스트’는 공포와 죽음, 이별의 아픔 등 극한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의 인간 군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카뮈는 재앙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면서도, 생지옥으로 변해 가는 세계를 거부하며 진리의 길을 가는 인물들을 그려내 ‘무신론적 성자’로 칭송받기도 했다.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며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페스트’는 20세기 프랑스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카뮈의 ‘이방인’은 부조리한 집단과 개인의 생각이 서로 상충 됐을 때 어떤 부조리한 결과로 나타나는가에 관한 이야기라면 ‘페스트’는 집단에서 부조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개인은 어떻게 수용하고 행동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느냐는 담론이다.

카뮈는 말한다.

“페스트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피곤해 보이는 거예요. 오늘날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거든요”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신종 코로나’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해 어느 때보다도 안전하고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게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이러한 재앙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지도자들의 탁월한 지도력과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지구는 인간만의 ‘삶의 터’가 아니다. 수많은 동·식물을 비롯한 자연이 공존하는 ‘우주의 별’이다. 인간의 언어를 버릴 때 비로소 자연이 말을 걸어온다.

인간이 자연과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길만이 재앙을 막는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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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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