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

미드를 즐겨 시청하는 편이다. 케이블 채널에는 다양한 수사극 드라마가 방영된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악당에 맞서 수사관들 활약이 흥미진진 펼쳐진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치열한 두뇌 게임은 대개 사필귀정 결말로 끝맺는다.

미국판 수사물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장면이 바뀌는 사이에 슬쩍 비치는 명소가 아닌가 싶다. 마치 짧은 시간에 잠깐 보내는 홍보 광고물 같다. 공중 촬영 입체 영상으로 맛보기처럼 관객을 매혹한다.

‘CSI: CYBER’에는 백악관·워싱턴 기념탑·링컨 기념관이 찍힌 야경 화면이 단골로 등장한다. 예전에 여행한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또한 ‘CSI: MIAMI’ 편에는 남부 휴양 도시 마이애미비치 이국적 풍경이 수시로 노출된다. 해안가 리조트와 수상 스키를 타는 비키니 차림 여성이 거대한 파도와 노닌다.

삼대 경찰관 가족들 일화인 ‘블루 블러드’는 허드슨 강과 자유의 여신상이 가끔씩 나온다. 특히 청렴한 경찰청장 프랭크가 그 일대를 배경으로 연설하는 모습은 가슴 뭉클하다. 대도시 욕망을 자극하는 뉴요커 여성들 삶과 사랑을 그린 ‘섹스 앤 더 시티’처럼 캐리어 가방을 싸도록 부추긴다.

뉴욕의 이미지는 전형적 인공물로 형성됐다. 위풍당당한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 스퀘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시민들 초록빛 휴식처 센트럴 파크, 그리고 빌딩 숲 유영하는 옐로우 캡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가장 압도적 풍광은 마천루로 상징되는 도회지 스카이라인이 아닐까 한다. 강물과 다리와 건물이 빚어내는 삼중주는 지상의 낙원을 마주한 듯이 탄성을 자아낸다.

언젠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전망대에서 뉴욕 일원을 조망하였다. 오른편엔 허드슨강과 자유의 여신상과 건너편 뉴저지가 보이고, 왼편으로 이스트강과 월 스트리트와 현수교인 브루클린 브리지가 놓였다.

맨해튼섬 북쪽에 자리한 센트럴 파크는 세계 유일할 정도의 윤곽선을 가졌다. 19세기 유럽의 유행을 본떠 조성한 공원으로, 주변에 고층 건조물이 운집하면서 ‘도심 속의 시골’ 같은 시각적 효과를 자아냈다. 당초 설계자가 추구한 형태의 경관이었다. 영국 생물학자 헉슬리도 뉴욕을 찬탄했다. “경이롭다. 지성의 중심이다.”

한국의 독특한 스카이라인으로 한옥 마을이 꼽힌다. 그 특색은 나무와 흙을 사용하고 기와나 볏짚으로 지붕을 만들며 온돌로 난방을 한다. 가난한 백성은 초가집, 부유한 양반은 기와집을 지어 살았다.

대영박물관과 BBC가 합작한 ‘100대 유물로 보는 세계사’에도 한국의 기와가 소개된다. 7세기 무렵 통일 신라 시대 제작된 이무깃돌 용도의 기왓장으로, 고대사 번화한 사회상을 유추한다. 그것은 국태민안 소망을 담은 신성한 건축 재료였다.

당나라 도움으로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엄청난 속도로 번영했다. 피정복 귀족과 부호가 도읍지로 이주하면서 웅장한 저택을 건립했다. 당시 기와 지붕은 새로운 건축 양식이고 고귀한 신분의 상징이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그 장관을 묘사한다. ‘주택 17만8936채로 이뤄진 수도 경주는 기와지붕 집들이 나란했다. 초가집은 한 채도 없었다.’

지난해 경주 안강에 있는 ‘노당기와’ 정문길 와공이 ‘경북도 무형문화재 경주와장’으로 인증됐다. 장인의 기술을 보유한 3대째 전수자. 은행 고객의 인연으로 처음 만났던 그가 자랑스럽다. 너털웃음이 정겨운 호인이다. 한우물 판 각고의 성취에 거듭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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