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상 배꼽에 해당하는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발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3월 2일 현재 66개국에 확진환자 8만8,804명에 사망자가 3,042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확진자 숫자가 4,212명에 사망자수가 24명에 달한다. 코로나19가 전국 모든 지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대구·경북 누적 확진자 수는 모두 3,705명으로 코로나19 트라우마가 심각한 상태이다. 또한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은 한국 방문자에 대한 입국제한 국가와 지역이 81곳으로 늘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간다는 문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사의 말은 2020년 경자년(庚子年)벽두부터 비참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문 대통령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광해군은 정승, 판서들의 사대 굴종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고함친다. “적당히 하시오, 적당히. 도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요. 명이 그리도 좋으시면 나라를 통째 갖다 바치시든지. 부끄러운 줄 아시오.” 작금의 문 대통령과 장관과 여당 정치인들의 중국에 대한 굴종적인 태도에 우리 국민들이 외치고 싶은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 이번 경자년 경진월 무자일 4·15총선에서 폭발한 민심이 그대로 자국 국민들의 생명보다 중국 눈치보는 문 정부를 반드시 심판할 것으로 보인다.

세균 또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을 우리나라에서는 역병, 역질, 여역, 역려, 괴질 등으로 불렸다. 염병(染病)은 전염병(communicable diseases;傳染病)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한 번 전염병이 발생하게 되면 수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전염병과 관련된 용어가 무려 745회나 등장한다.

간지상 나무의 나라인 한반도는 역대로 간지상 ‘경(庚)’자와‘신(辛)’자가 들어간 해는 유난히 내우외환이 많았다. 특히 1592년 임진왜란, 1597년 정유재란, 1623년 인조반정, 1624년 이괄의 난, 1627년 정묘호란, 1636년 병자호란을 연달아 경험한 조선은 1670년 경술년(庚戌年)과 1671년 신사년(辛巳年)에 일어난‘경신(庚辛)대기근(경술·신해 대기근)’으로 조선 전체가 초토화되는 국난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시기는 조선시대 제18대 왕(재위 1659∼1674)이자 효종의 아들인 현종(顯宗)이 즉위하던 때였다. 현종의 어머니는 우의정 장유(張維)의 딸 인선왕후(仁宣王后)이고 비는 돈령부영사 김우명(金佑明)의 딸 명성왕후(明聖王后) 김씨로 아들은 숙종이다. 이 시기는 예학의 시대답게 역사교과서에서는 주로 1·2차 예송논쟁(禮訟論爭)으로 알려져 있던 시기이다. 1659년 1차 예송(기해예송)은 효종의 상례(喪禮)시 인조의 계비인 자의대비의 복상문제(服喪問題)에 송시열과 송준길로 대표되는 서인의 기년설(朞年說:1년설)을 채택하고, 1674년 2차 복상문제(갑인예송)에서 현종의 어머니 인선왕후가 죽자 인조의 계비인 자의대비의 복상문제(服喪問題)가 또 발생해 이때는 남인의 기년제를 채택하였다. 재위 중 남인과 서인의 당쟁이 계속되어 국력이 쇠퇴한 시기이지만 실상은 전염병이 창궐하고 대기근으로 조선 인구 10%에서 15%가 사망한 엄청난 내우의 시기였다. 이후 조선의 제19대 국왕 숙종(1661∼1720, 재위: 1674∼1720)은 외척인 김석주와 탁남의 허적 및 청남의 허목과, 윤휴 등을 등용하면서 정국을 운용한다. 남인은 인조반정 이후 실로 50년 만에 정국을 주도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경신(庚辛)대기근’(경술·신해 대기근)은 1670년 갑작스러운 흉작과 병충해로 인한 곡물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의 유행 등으로 수도 한양을 비롯한 국토 전체에서 대량의 아사자와 병사자가 발생, 이듬해 신해년까지 지속되면서 행정이 마비될 정도의 국가적 위기가 도래한 사건이다. 경신대기근은 당시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재해는 하나도 빠짐없이 발생했다. 정말 말 그대로 헬조선이자, 북한의 고난의 행군과 같은 백성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사건이다. 지진, 냉해, 가뭄, 수해, 풍해, 병충해 등 총체적인 자연재해와 염병으로 시달린 조선은 재상급 인사들마저 10여 명이나 사망했다. 현종은 “가엾은 우리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아, 허물은 나에게 있는데 어째서 재앙은 백성들에게 내린단 말인가”라고 자책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임하는 대통령과 장관 및 집권층의 지도자들이 국민과 남 탓하는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숙종대의 을병대기근(을해년과 병자년·1695~1696) 때에는 각도 총합 25만700명으로 집계될 정도로 참상했으며 실제 80여만 명이 죽었다. 영조 26년(1750)에는 ‘경오년(庚午年) 역질’이 발생해 약 20만명이 사망할 만큼 조선팔도를 강타했다. 학계(김성우 논문)에서는 현종 때의 경신대기근으로 140만명, 숙종때의 을병대기근으로 400만명 정도가 사망했으며, 당시 인구는 1200만~1600만으로 추정. 따라서 조선 전체인구의 30% 정도가 세 번의 대기근으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재앙으로 인하여 국가적 상황이 위급할 때에는 설령 통치 이념에 반하고 진영논리가 다를지라도 국민들의 생명을 우선시하여 전 국민들의 염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게 바로 정치의 일인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이런 내우외환의 위기일 때 어떤 마음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가? 모두 안일하고 위기감이 떨어져 자화자찬에 온갖 남 탓과 국민 탓으로 돌리는 적반하장으로 온 국민들의 가슴에 염장을 질러 국민들의 불만이 용광로같이 불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 코로나19는 4월의 경진월(庚辰月)과 5월의 신사월(辛巳月)까지는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미치고 특히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입국 거부당한 나라가 무려 79개국이나 되는 내우외환의 시기에 무능한 지도자의 인재(人災)로 인하여 큰 재앙을 불러오지 않기를 위정자에게 당부하고 싶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염병할’일은 이번 경자년에 끝나기를 많은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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